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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Jun 24. 2022

변덕 심한 여름날


변덕 심한 날이다.

아침 산책을 하는데 덥고 땀이 나서 아주 더운 날이라고 생각하며 걸었다. 어디에 있던 뭉게구름이 하나둘 모여 들어서 예쁘다고 사진을 찍는다. 예쁘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구름이 파란 하늘을 다 덮고 먹구름까지 불러 하늘에서 구름 잔치를 한다. 파랗던 하늘을 다 가려버리고 언제 푸르던 시절이 있었냐고 시침을 뗀다.


회색의 하늘이다. 바람까지 불어오고 세상은 갑자기 어두워진다. 비가 오려나보다 생각하고 비설거지를 하고 집안으로 들어가 있는데 다시 날이 맑게 갠다. 구름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여기저기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다시 해가 보이고 바람이 잔다. 불과 몇 분 사이에 변덕을 떨더니 잠깐 자리를 비운 사 이에 자리를 뺏긴 구름이 화가 나서 해를 덮으며 다시 몰려온다.


이제 해도, 파란 하늘도 보이지 않고 성난 먹구름만 보인다. 갑자기 심한 바람이 불어온다. 세상이 뒤집힐 듯이 심하게 분다. 구름이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요란한 천둥번개를 동반한 하늘이 세상에 호령하고 세상은 눈치를 보며 기다린다.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리고 누군가 버리고 간 종이조각이 재주를 넘으며 소나무 아래로 가서 앉는다.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굵은 소나기를 데려온다. 이맘때 비가 올 때는 우박을 데려오는데 오늘은 우박이 싫다 고 했는지 비만 주룩주룩 온다. 유리창을 마구 때리며 빗살모양으로 온다. 힘차게 쏟아지는 비는 물줄기를 만들어 또랑이 된다. 길거리의 먼지가 깨끗이 씻겨 내려가고 세상은 마른 곳이 없이 다 젖어 버린다.


하늘을 덮고 있던 먹구름이 사라지고 연한 회색 하늘이 되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다. 끝날 것 같지 않게 쏟아지더니 비가 속도를 늦추고 얌전하게 온다. 남은 비를 남김없이 다 쏟아낸 하늘은 다시 평온해져서 감추었던 해를 내놓는다. 세수를 하고 난 태양은 다시 세상을 비추며 하늘에 떠있다.


언제 비가 왔는지 모르게 세상은 돌아간다. 비를 피해 어딘가 숨어있던 새들은 창공을 날아다니고 차들은 급하게 어디론가 갈길을 간다. 창밖을 내다보며 비 구경을 하던 나는 소파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논다. 그렇게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바람은 다시 잠자고 세상은 아무런 일없이 제자리를 찾고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가 다녀간 오후에 아름다운 평화가 온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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