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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Jun 25. 2022

텃밭에서... 혼자 자란 갓김치



여름 날씨 치고는 춥다.

아침 온도가 영상 9도인데 체감온도는 영상 7도란다. 6월 온도로는 너무 차다. 어제 오후에 많은 비가 내렸지만 그래도 여름이 이렇게 추워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 5시에 빨갛게 떠오르던 해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하늘에 온통 구름이 덮더니 서쪽하늘이 시커멓다. 비가 오려나 보다. 한국에는 폭염경보가 내릴 정도로 덥다고 하는데 추운 여름이 될 것 같다.


봄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동안 봄은 왔다가 살그머니 가버리고 여름이 왔데 가을 같다. 며칠 전 친구가 두 번째로 가져다준 고추는 날씨가 추워서 인지 자라지 않고 그대로 있다. 그나마 화분에 심었던 토마토가 잘 자라서 텃밭에 옮겨 심었더니 꽃이 핀다. 며칠째 비가 오락가락해서 가을이 왔나 할 정도로 바람도 차다. 작년에는 가뭄에 폭염까지 겹쳐서 겨울이 빨리 오기를 기다렸는데 올해는 정 반대다. 날씨로 인해 여름이 해마다 다르다.




재 작년에는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텃밭에 달팽이가 많아 텃밭에 심어놓은 야채를 다 갉아먹었다. 텃밭에 재를 뿌려서 인지 아니면 날이 가물어서 인지 작년에는 벌레는 하나도 없었는데 비가 안 와서 채소가 연하지 않고 뻣뻣했다. 작년에 텃밭에 있던 갓 꽃이 피어서 그냥 놔두었더니 씨가 땅에 떨어져 올해는 갓 씨를 뿌리지도 않았는데 갓이 많이 자랐다. 별로 크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꽃이 피기 시작한다.


꽃이 피면 억세지고 맛이 없어지니 뽑아서 갓김치를 담았다. 손가락만큼 한 갓을 일일이 뽑아 뿌리를 잘라 깨끗하게 다듬고 씻어서 소금에 절여지는 사이에 찹쌀 풀을 연하게 쑤어 식혀 놓았다. 씻어 놓았을 때는 제법 양이 많았는데 소금에 절였더니 숨이 죽어 얼마 안 된다.


살살 뒤집어 눌러놓고 찹쌀풀에 먼저 고춧가루를 풀어놓으면 색이 곱게 나오니까 고춧가루를 넣어 놓고 양념준비를 한다. 텃밭에 있는 부추와 파를 썰어놓양파를 채 썰고 마늘과 생강을 준비하여 풀국에 집어넣고 새우젓과 젓갈과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다. 소금에 절여진 갓을 살살 헹구어 소금물을 뺀 다음 김치통에 조금씩 넣으며 만들어 놓은 양념을 번갈아 조금씩 올려 준다.


자꾸 손으로 주무르면 풋내가 나기 때문에 위에서 살살 눌러주면 된다. 곱게 물든 갓김치가 완성되었다. 완벽한 100퍼센트 유기농 갓김치를 만들었다. 알맞게 익으면 비빔밥도 해 먹고 국수도 말아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입에 침이 고인다. 씨를 뿌리지도 않았는데 혼자 자라서 우리에맛있는 양식이 되었다. 얼마나 고마운 자연인지 모른다.




겨울이 길고 이름뿐인 봄이 가고 짧은 여름인데 이렇게 추우면 채소들이 자라지 못하고 가을이 온 줄 알고 꽃이 핀다. 오늘도 비가 오려고 하늘이 꾸물거리는데 언제나 뜨거운 여름이 올지 궁금하다. 한쪽에서는 더워서 죽겠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춥다고 뜨거운 여름을 기다린다. 참으로 불공평한 세상이다.


집 앞 뜰에 서있는 자작나무 이파리가 바람 따라 흔들린다. 저러다 추우면 가을인 줄 알고 단풍이 드는 것은 아닌가 엉뚱한 생각이 든다. 날이 흐리거나 추운 날은 따뜻한 음식을 파는 식당이 바쁘고 날씨가 화창한 날은 샌드위치를 파는 카페가 바쁘다. 오래전 식당을 할 때 올여름같이 날씨가 서늘해서 식당을 하는 우리는 무척 장사가 잘되었는데 카페를 하던 친구는 장사가 안되어 울상을 짓던 생각이 난다.


날씨는 자연이 알아서 하기 때문에 어떤 여름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자연이 다 알아서 할 것이다. 해마다 다르게 찾아오는 계절을 따라 살아가야 한다. 여름이 짧으면 가을이 길고, 겨울이 길면 봄은 더 반갑다. 세상만사 뜻대로 안 된다고 생각하면 하루도 못 산다. 와서 좋고, 가도 좋고, 추워도 더워도 다 감사하면서 살다 보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행복은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고, 마음속에서 만나지는 것이다. 땅에 떨어진 씨가 싹이 피고 자란 갓으로 김치를 담그며  텃밭이 주는 나 혼자의 행복을 만끽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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