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 생일 축하로 캘거리에 사는 큰아들 네 집에 가서 2박 3일로 놀다 오려고 아침 일찍부터 바쁘다. 가까이 사는 작은 아들 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기에 더 좋다. 가방을 싸고 가면서 먹을 간식을 준비하며 앞으로 3일간의 여행길을 생각하니 아이들처럼 설렌다. 장마철이지만 오늘 하늘은 맑게 개었다.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몰라 비옷과 우산도 챙기고 떠난다. 손주들은 사촌들을 만난다고 좋아한다. 캘거리로 떠나는 길에 노란 유채꽃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아직은 유채꽃이 만발하지 않을 때인데 유난히 한두 군데는 노랗게 꽃을 피우며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 샛노랗게 핀 유채꽃이 피는 7월에는 늘 유채꽃구경을 하러 날을 잡아서 드라이브를 한다. 노란 유채꽃을 보면 나도 모르게 행복해진다. 한국에서 본 제주도 유채꽃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대규모의 땅이다. 다음 주가 되면 온통 유채꽃으로 세상은 노란 물감이 들 것이다. 한 때 피고 지는 꽃들은 그야말로 최선을 다하여 최고의 모습으로 피어난다. 캐나다 데이 연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너도 나도 길을 떠난다. 고속도로에 차가 즐비하다.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우며 가는 길이 마냥 좋다. 일기예보는 비 소식이 있지만 아직은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고 좋다.
연락을 주고받으며 도착한 시간은 오후 시간이다. 큰아들 내외와 손주들의 환호를 받으며 조금 쉬다가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다. 불과 3 시간밖에 안 걸리는 거리인데 자주 오지 못하고 산다. 만나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니 더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장보고 집안 청소하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주말이 허무하게 간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사는 삶이라 자주 가서 만날 수도 없는데 형제끼리 웃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시간이 되면 다시 오고 싶다. 밤늦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자야 할 시간이다.
여행이 즐거우려면 잘 먹고 잘 자야 한다며 엄마 아빠를 위해 고급 호텔을 잡아주어 호텔로 향한다. 손주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가고 싶다며 우리를 따라와 호텔에서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에는 캘거리에 갈 때마다 늘 가는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먹었다. 자그마한 식당인데 음식도 맛있고 서비스도 좋아 갈 때마다 기분 좋게 먹는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고 노는 것을 보니 너무 좋다. 식사 후에 식당 옆에 있는 놀이터에 가서 어른들은 전기 자전거를 빌려 타고 아이들은 놀이기구를 오르내리며 신나게 논다. 42년 전 남편과 둘이 손잡고 이민을 와서 이제는 열두 식구가 되었다. 이번에는 작은 며느리가 일이 있어 오지 못해서 아홉 식구밖에 안되지만 놀이터와 식당이 우리가 들어가면 꽉 찬다.
(사진:이종숙)
캘거리에서 한 시간 정도 가면 록키산에 있는 캔모어로 향한다. 아침도 맛있게 먹었으니 든든하다. 아이들이 앞서고 뒤서고 하며 캔모어를 향해 가는 길에 차들이 붐빈다. 연휴라서 그러려니 하며 가다 보니 어느새 록키산이 보인다. 산꼭대기에 아직도 눈이 녹지 않은 것이 보인다. 나무들이 울창하고 웅장한 바위산이 가슴을 뛰게 한다. 하늘은 파랗고 맑은 호수가 보이고 계곡에 물이 흐르는 곳을 지나 캔모어에 도착했다.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왔는지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손주들을 챙겨서 가까운 계곡을 걸어본다. 화창하던 날이 갑자기 구름이 끼더니 바람이 심하게 분다. 나무로 된 다리를 걸으며 계곡을 구경한다.
물이 너무 맑아서 하늘이 물속에 잠긴 듯하다. 들꽃이 여기저기 피어있고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걷기도 하며 시간을 소일한다. 아홉 식구가 한 줄로 걸어가는데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숲 속이기 때문에 비를 피할 곳이 없어 비를 맞으며 걷는 것도 괜찮다. 계곡을 돌아보며 오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사람 사는 모습도 구경한다. 관광지라 콘도들이 많다. 언제 비가 왔나 하며 금방 날이 화창하게 맑아진다. 많은 사람들이 여름을 나고 가는 이곳은 그야말로 지상 천국이다. 열심히 일하고 번 돈으로 한가롭게 산다.
어딜 가나 관광지 에는 먹는장사들이 많다. 식당과 술집이 밀집되어 사람들이 걷고 패티오에 앉아서 먹고 논다. 할머니들이 손으로 만든 물건을 파는 곳도 있고 교회도 있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 중앙에 있는 가게들이 사람들로 꽉 차있다. 아무래도 기다리다 보면 손자들이 힘들어할 것 같아서 캘거리를 향해 다시 출발한다. 마침 길이 바쁘지 않아 늦지 않은 시간에 식당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호텔로 향한다. 매일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살다가 멀리 와서 왔다 갔다 하니 몸이 피곤했는지 호텔에 와서 샤워를 하고 그대로 곯아떨어져 아침에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바로 오려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아쉬웠는지 아이들이 점심까지 같이 먹고 갔으면 한다. 아이들은 집에 있고 남편과 나는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본다. 팬데믹으로 2년 만에 온 큰아들 네 집을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른다. 자주 와 봐야지 하면서도 쉽지 않다. 아이들이 오면 그때 만나면 된다. 멀리 가는 것도 점점 힘들어진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차가 밀린다. 무슨 이유인지 30여분을 기다리다가 오다 보니 사슴 두 마리가 차에 치어 죽어 있는 것이 보인다. 아무튼 큰 사고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오랜만에 떠난 가족여행이 정말 즐거웠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아이들과의 즐거웠던 시간이 벌써 아쉽다. 만남은 짧고 기다림은 길고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