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는...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이다

by Chong Sook Lee



밤새 비가 오고 밤새 꿈을 꾸었다. 꿈에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이 많은 학교에 봉사를 하러 갔는데 어디선가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려서 달려가 보았는데 아무도 없다. 사람들과 앉아서 농담을 하며 웃고, 층계를 오르내리며 사람들과 게임을 한 꿈을 꾸었다. 개꿈이다. 일어날 시간이 지나도 깨지 않아 영혼이 꿈으로 나를 깨우는 것 같다. 아무 의미도 없는 꿈이지만 잠이 깨서 다행이다. 눈을 감고 꿈 생각을 하며 누워있다가 다시 잠이 든다. 지붕에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잠을 잔다. 비가 유리창을 두드리는데 잠이 쏟아진다. 특별히 한일도 없는데 뭐 그리 피곤한지 모르겠다. 하늘은 구름이 꽉 차서 어둡고 바람이 오락가락하고 비는 계속해서 오고 나뭇잎에 있는 빗방울이 땅으로 굴러 떨어진다.


비가 와서 새들도 조용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한다. 집안이나 치워야겠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미루는 정리인데 이렇게 비 오는 날은 정리하기 딱 좋다. 정리라는 것이 한도 끝도 없는 것이지만 하고 나면 표시가 난다. 물건이 많고 적고를 막론하고 정리를 하면 나중에 버리기도 쉽고 필요할 때 찾기도 쉽다. 읽은 책을 다시 읽기는 쉽지 않은데 버리고 싶지 않은 책들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상자에 넣어 놓고 필요하면 꺼내서 읽으면 된다. 담요도 여름에는 커다란 상자에 넣어 두면 먼지도 쌓이지 않고 좋다. 그릇도 자주 쓰지 않는 것들은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넣어 두고 쓸 때 꺼내서 쓰면 된다. 신발과 옷도 안쪽으로 밀어놓으면 편리하다.


다시 쓰지 않을 물건들은 따로 꺼내어 상자에 담아 구분하여 재활용에 내어 놓으면 된다. 그런 물건들이 얼마나 재활용이 될지 모르지만 일단 그렇게라도 해놓으면 마음이 편하다.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해서 많은 물건이 필요 없다. 당장 입을 옷 몇 가지와 신발 몇 켤레 그리고 그릇 몇 개와 용기 몇 개만 있으면 된다. 여행을 가듯 몇 개만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하나 둘 사다 보니 산더미가 되었다. 살 때는 재미로 샀는데 이제는 모두 짐이 되어 처치곤란이 되었다. 멀쩡한 것을 버리자니 그렇고 쌓아놓자니 복잡하다. 물건을 안 사고 살겠다는 결심을 하며 사는데도 야금야금 느는 게 살림이다.


옛날 것은 몇 번 쓰지 않았어도 구식이다. 미련 없이 버려야 하는데 아까워 못 버린다. 쓰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고 자리만 차지한다. 틈틈이 버리고 정리를 하며 사는데도 여전히 물건이 많다. 어느 날, 아무것도 필요 없는 날이 오면 나 아닌 누군가가 한꺼번에 버리려면 힘들 것을 아는 데도 미련을 갖고 산다. 언젠가라는 날은 오지 않는다. 오늘을 살고 내일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욕심을 버리고, 미련도 버리고 살아야 남은 사람들을 위한 길이다. 요즘에 만드는 물건은 떨어지지도 않고 썩지도 않을뿐더러 재활용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사기 때문에 계속 만들어 내고 있다.


헌 옷이나 팔리지 않은 옷들은 다른 나라로 수출하고 그곳에서 팔리지 않는 옷들은 개천이나 강에 버려지는 다큐를 보았다. 버려진 옷이 강가에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강을 막는다. 짐승들이 옷을 찢어먹고 사람들은 버리고 자연은 훼손되어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 가난한 나라들은 힘이 없이 당하고만 있다. 만들지 않고 사지 않으면 수출을 할 필요도 없고 자연을 훼손할 필요도 없을 텐데 여전히 같은 일을 반복한다. 자손들이 살아야 할 자연인데 망가지고 폐허 되는데 걱정이다. 크게 생각하지 말고 나만 이라도 덜 사자.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돈을 벌기 위해 잠을 설치고 산다. 그렇게 번 돈을 물쓰듯하며 돈이 없다고 한다. 차라리 옛날이 더 좋았다면 억측일지 모르지만 돈 가치가 너무 없다. 많이 버는 사람도, 조금 버는 사람도 돈이 없어서 빚으로 산다. 옛날에는 없는 사람만 빚이 있었는데 신용카드를 쓰며 사는 요즘엔 빚이 없는 사람이 없다. 나중에 갚으면 된다고 빚으로 차를 사고 빚으로 여행을 가는 게 당연한 삶이 되었다. 돈을 벌지 않아도 국가가 도와주고, 일을 안 해도 국가가 도와주기 때문에 아무도 일 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열심히 일하며 사는 사람이 어리석다고 하는 세상이 되었다.


세상은 변한다. 노인은 젊은 사람을 이해 못 하고 젊은이들은 나이 든 사람을 이해하지 않는 세상이다. 내 시대가 지나고 그들의 시대가 오면 어떤 세상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그저 내가 살아온 방식대로 살면 된다. 새로운 것이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옛날 것이 전부 나쁜 것도 아니다. 현대인들에게 좋은 미래가 있길 바란다. 떨어지거나 부서지지 않으면 버리지 못하는 우리와는 다르다. 필요에 의해 사는 그들이기에 그들만의 노하우로 산다. 쌓아놓고 살던 시대는 끝났다. 쓰레기가 쌓여도 사고, 버려야 하고, 새로운 물건이 나오면 사서 써야 하는 시대다.


플라스틱 봉투나 스트로를 없앤다 고 하는데 그런 것들은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다. 세상은 전부 플라스틱으로 꽉 차있고 앞으로도 플라스틱을 안 만들 수 없다. 아이들 장난감부터 생활용품 모두가 플라스틱이다. 가볍고 단단하여 깨지지 않고 색이 곱고 화사하다. 재활용을 생각하면 나무 재질을 사용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비가 주룩주룩 온다. 집안 정리를 한다고 말만 앞세우고 비 오는 창밖만 바라본다. 어차피 오늘은 외출할 생각 말고 정리를 시작하자. 시작이 반이라고 시작하면 안 한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일단 지금 필요 없는 것을 꺼내보고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하자. 정리하는 유튜브를 보면 버리는 것이 정리라고 한다. 버리지 않으면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며 같은 일을 반복하는 일에 불과하다. 물건을 살 때처럼 버릴 물건을 찾으면 된다. 정리는 미련없이 버려야만 완벽한 정리가 된다.


(사진:이종숙)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