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나온 개미들인지 갑자기 나타나서 무언가를 찾느라 분주하다. 비가 오려면 개미들이 바쁘다고 하는데 하늘은 청명하다.개미가 한두 마리 다니는 모습은 평화롭게 보이는데 수십 마리가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왠지 두려운 생각이 든다. 무엇을 얻기 위해 저리도 바쁠까? 이유를 알 수 없는 나는 의아해서 그들의 행동을 눈여겨 유심히 본다. 혼자서 할 일을 찾아 헤매는 개미들이 많고 어쩌다 보면 둘이 붙어가는 개미도 보인다. 무엇 하나 물고 가지도 않으며 왜 저리 오가는지 모르겠다. 달콤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음식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정신없이 돌아다닌다.
하늘에서 인간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면 개미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하루를 살기 위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무엇을 하기도 하지만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며 산다. 개미나 사람이나 산속에 있는 산짐승이나 살아있는 것들은 움직여야 한다. 새들 역시 잠시도 쉬지 않고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이것저것 찍어먹는다.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것들을 어디선가 찾아내서 소중하게 입에 물고 가는 모습은 아주 신중하다. 머리보다 큰 빵 부스러기를 머리에 이고 가는 개미가 보인다. 아무것도 없는데 주위를 바쁘게 돌며 무엇이라도 찾으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사람들이 돈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먹고살기 위하여 가족을 부양하기 위하여 불철주야 끊임없는 노력 속에 사는 사람들과 똑같다. 몇 분 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던 개미들이 하나둘 어디론가 가버리고 한두 마리만 어슬렁거리며 뭐 할 것 없나 하며 기웃거린다.
할 일이 없어서 개미를 보게 되었지만 개미가 없어지니까 볼거리가 없어졌다. 무슨 일이 생겨 날듯이 움직이던 개미였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비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다. 며칠 전 뜰 한 군데에 개미떼가 보여서 약을 뿌려 많은 개미들이 죽었다. 그때 죽지 않고 땅으로 숨어들었던 개미들이 개미집을 새로 지어서 이사를 하려고 그 난리를 쳤나 보다. 어쨌든 정신 사납게 돌아다니던 개미들이 없으니까 좋다. 세상 만물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을 보면 세상에 나온 것들이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세상에 나와서 죽음을 향해 산다.
한평생 사는 동안 수없이 많은 일들을 겪으며 울고 웃으며 운명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고통스러워도, 괴로워도 참고 살아야 한다. 개미가 밟혀 죽을 줄 모르고 열심히 걸어 다니며 목적을 향해 걸어 다니듯 피 한 방울 빨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사람들에게 다가가 죽는 모기와 같다. 지구를 더럽히는 인간이 없어지면 지구는 깨끗해지고 하찮은 것 같은 개미가 없어지면 지구는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그토록 중요한 개미들을 죽이지 말아야 하는데 걸으면서 죽이고 약 뿌려서 죽이고 살고 있으니 한심하다.
다 이유가 있어서 태어난 생명일 텐데 생각지 못한 곳에서 횡사를 한다. 파리 목숨이란 말이 파리만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일이다. 순간순간 사건이 생겨나고 사고로 죽고 산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간다. 개미, 모기 , 파리, 그리고 하루살이와 다름이 없다. 태어나는 것도 모르고 태어나서 영원히 살 것처럼 살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어느 날 죽는 것이다. 생각하면 인간이 짐승보다 나을 것도 없다. 그저 운명에 이끌려 이리저리 다니고 이것저것 하다가 오라 하면 가야 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잘 사는 게 최고다. 개미처럼 모기처럼 지금만 생각하며 사는 것도 배워야 한다. 어느 순간 죽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개미의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을 생각해 본다. 조금 힘들어도 불평하고 조금 아파도 죽겠다고 엄살을 부린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고 좌절하고 일이 뜻대로 안 된다고 낙심하고 절망한다. 오늘을 살게 한 창조주에 대한 감사 없이 원망하고 체념한다. 세상에 태어나서 지금껏 살면서 좋았던 날들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힘들고 슬픈 것만 생각한다.
태어나지 않았다면 보지 못할 뻔 한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떠오르는 눈부신 태양을 비롯하여 예쁘게 피어나는 예쁜 꽃들과 사랑스러운 손주들의 모습을 보면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 지금 살아있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살면 된다. 더 많은 것을 원하기보다 가진 것에 만족하면 더없이 행복하다. 개미처럼, 모기처럼 하루하루 후회 없이, 미련 없이 살면 된다. 개미의 하루를 보며 또 다른 교훈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