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벌과의 전쟁

by Chong Sook Lee




땅벌과의 전쟁이다. 땅벌을 죽이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사람이나 곤충이나 할 것 없이 근거지를 두고 산다.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 집을 짓고 사는 땅벌과 싸우는 중이다.


며칠 전 친구가 놀러 왔다가 텃밭을 구경하고 싶다고 하여 뒤뜰로 들어갔다. 텃밭을 구경하고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문을 열고 나가는데 무언가에 종아리를 물렸다며 질겁을 했다. 모기는 아닌 것 같다며 집에 갔는데 알고 보니 땅벌에 쏘인 것이다. 다음날 아침 무엇이 물었을까 하며 그 주위를 살펴보니 보도블록 사이 틈에서 벌이 들락거리는 게 보였다. 한 마리 두 마리 날아다녀서 별것 아니라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벌집이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남편이 약을 뿌렸더니 벌들이 난리를 치며 도망을 쳤다.


한동안 조용해서 죽거나 도망을 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벌들이 모여 겁이 나서 그곳에 물을 부었더니 조용했다. 이제 지나가도 쏘이지 않겠지 하며 조심스레 지나갈 때마다 어디선가 있던 벌들이 날아온다. 죽은 것이 아니고 잠시 피신했던 것이다. 그냥 며칠을 두고 보았더니 다시 벌들이 바쁘게 날아다녀서 소금으로 보도블록 사이를 막았는데 소금을 뚫고 구멍을 하나 내어 들락거린다.


벌들이 못 다니게 커다란 매트를 덮어 놓았더니 일 나갔던 벌들이 집으로 들어가지 못해서 몇 마리가 바쁘게 집 주위를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남편이 파리채로 몇 마리를 잡았는데 도망간 벌들이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돌아와 공격을 한다. 파리채를 휘두르며 간신히 공격을 피하고 매트 위에 무거운 것을 올려놓았다. 어찌 될지 모르지만 아직은 조용하다. 꿀벌은 아무리 가까이 가도 해를 끼치지 않으면 쏘지 않는데 땅벌은 보이는 대로 무조건 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날씨가 건조해서 그런지 땅벌들의 행패가 유난히 심하다. 15mm 정도의 땅벌은 노란 몸에 까만 줄이 있고 닥치는 대로 사람을 쏜다. 숲 속에 걷다 보면 동그란 모양의 밝은 회색 벌집을 본다. 열심히 들락거리고 지나가는 사람을 쏘고 도망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한 번은 숲을 걷는데 오솔길 옆으로 예쁜 꽃이 보여서 가까이 가서 꽃구경을 한 적이 있다.


정신없이 꽃구경을 하고 있는데 옆에 서있는 큰 나무에 벌들이 많이 보여 자세히 보았더니 나무에 구멍을 뚫어서 집을 진 벌들이 드나드는 것이었다. 나무 옆에 서있다가 구멍을 보지 못하고 벌집을 건드렸으면 어땠을까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다. 구멍 안에 벌들이 무더기로 있는 것이 보여 있는 힘을 다해 도망쳤던 생각이 난다.


우리 집 주위에 나무와 꽃이 많아서 벌이 많은데 땅벌은 질색이다. 아무 도움도 주지 않을뿐더러 식구들 모일 때 바비큐를 하면 어디선가 날아와 방해를 한다. 음식 주위를 맴돌면 손주들은 무섭다고 소리치고 난리를 친다. 오래전에 앵두나무에 벌들이 드나들어서 들여다보니 집을 지어놓고 사는 게 보였다. 남편이 멋도 모르고 건드렸다가 여왕벌이 쫓아오는 바람에 줄 행랑을 친 뒤로는 벌이 오면 겁난다.


언젠가 한 번은 문을 여닫을 때 지하실에 벌이 들어온 줄 모르고 맨발로 걸어가다 모르고 기어 다니던 벌을 밟았는데 그 벌이 발을 쏘아서 방방 뛰었던 적도 있다. 벌 때문에 고역을 당한 적이 몇 번 있다 보니 벌이 겁난다. 그 친구가 그날 밤에 벌에 쏘이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곳에 땅벌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할 텐데 그 친구 덕분에 알게 되어 다행이다. 약을 뿌리고 호스로 물을 붓고 소금을 뿌려도 죽지 않는다. 인터넷에 땅벌 제거에 대해 물어보니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다른방법을 시도해봐야 할 것 같다.


여름을 좋아하지만 여러 가지 곤충들 때문에 겁이 난다. 특히나 나는 꼼지락 거리는 모든 것을 병적으로 무서워하고 싫어한다. 추워도 벌레 없는 겨울이 좋다. 땅벌과의 전쟁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벌들이 어딘가에 새집을 지어 멀리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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