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목청을 다듬으며 아침을 깬다

by Chong Sook Lee



새끼 까마귀들이 새벽부터 목청 연습을 한다. 해마다 그랬겠지만 올해는 유난히 까마귀들이 많다. 걷다 보면 날지 못하는 새끼 까마귀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나뭇잎 때문에 앉아 있는 까마귀들이 전혀 보이지 않아 나무 옆으로 걸어가면 멀리서 보고 있는 어미 까마귀들이 사납게 짖으며 다가온다. 원래 까마귀 소리는 기분 나쁜데 새끼들 걱정 때문에 독이 오른 까마귀 소리는 더 크고 앙칼지다. 사람들에게 덤벼 들지는 않아도 금방이라도 부리로 찍을 듯이 사납게 날아와 지나가며 겁을 준다. 사람들이 새끼를 어떻게 하는 것도 아닌데 보호본능 때문에 과격해진다.


우리 동네는 오래된 나무가 많아 까마귀 새끼들이 잘 보이지 않는데도 난리를 친다. 한 달 전쯤 나무 옆을 지나가는데 나무속에서 부엉이 소리가 나서 부엉이가 있나 했는데 자세히 보니 새끼 까마귀가 워워 하며 짓고 있었다. 이제 갓 태어나 간신히 비틀거리며 나무를 오르내리고 떨어지면 다시 나뭇가지에 올라가는 모습이 다른 새와 다르다. 새끼라도 덩치가 큰 새끼 까마귀는 바로 날지 못해서 어미 까마귀가 가져다 먹여주는 음식으로 산다. 그들 나름대로의 울음소리를 배우기 위해 목청 연습을 계속한다. 목소리가 갈라져서 듣기 싫은데 그것 또한 그들의 삶이다. 그들 역시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싫은 점이 있을 것이다.


목청이 터지지 않아 매일매일 노력하는 까마귀는 머리가 명석해서 기억력이 좋다는 말을 듣는다. 소통하는 언어도 많고 조직적으로 잘 움직인다. 아침에 까마귀가 울면 길조라는 말이 있고 밤에 울면 흉조라는 말도 있지만 낮에 움직이는 까마귀가 밤에 울 때는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라는 말도 있다. 잘해준 사람에게 은혜를 갚고 해를 끼친 사람에게 원수를 갚는 까마귀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해서 무서운 생각에 까마귀가 있으면 피해 다녔는데 나무 아래를 지나갈 때마다 공격 아닌 공격을 다. 더운 날 나무 그늘로 들어가서 걸을라치면 어미 까마귀가 나타나서 겁을 준다.


2년 전 우리 앞뜰에 있는 소나무에 새끼 까마귀가 1주일 정도 머물다 간 적이 있다. 비를 쫄딱 맞으면서도 비를 피하지 않고 밤을 새우며 나뭇가지에서 어미 까마귀를 기다리는데 어찌나 가엾은지 먹을 것을 주어도 내려오지 못하고 어미 까마귀가 가져다주는 음식만 받아먹는 게 보였다. 며칠 지나 걸음을 배우고 날기를 연습하더니 멀리 날아갔다. 똑같이 생긴 까마귀라 구별할 수 없었지만 한동안 동네를 날아다니는 까마귀를 보면 소나무 가지에 있던 새끼 까마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에는 동네를 걷는데 어느 집 뜰에 새끼 까마귀 대 여섯 마리가 무언가를 열심히 쪼아 먹는 것이 보였다. 누군가가 새 먹이를 뿌려 주었는지 열심히 찍어서 먹는 모습이 동물이나 사람이나 어린 새끼들은 예쁘다. 까마귀들의 언어가 40여 개가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위험하다는 울음소리, 안전하다는 울음소리, 먹을 것이 있으니 다 모이라는 울음소리가 달라 그 소리를 듣고 저희들끼리 소통한다고 한다.


까마귀들은 색이 검어서 사람들이 괜히 보기 싫어하고 기분 나빠한다. 떼로 다니면서 쓰레기통을 뒤져서 해를 끼쳐 미움을 받는다. 우리 동네는 50여 년 전에 생겨난 동네인데 그들이 사는 곳에 인간이 집을 짓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어떻게 살던 할 말은 없다. 그들의 서식지를 빼앗고 인간들의 생각대로 그들을 판단하며 그들이 좋다 싫다 한다. 그들의 규율은 아주 철저하다. 위계질서가 있어 먹이가 있으면 명령에 따라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어제 걸어가는데 까마귀가 시끄럽게 짖어대어 무언가 보았더니 길거리에서 빵 한 조각을 찾은 까마귀 한 마리가 빵을 지키고 다른 하나는 식구를 깍깍대며 부른다.


어디선가 있던 까마귀들이 차례로 몰려드는데 마침 그때 차가 지나갔다. 모두들 차를 피해 날아갔다가 다시 빵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서 차례를 기다려 한입씩 먹는다. 그중 하나가 혼자 다 먹지 못하게 옆에서 지키고, 욕심을 부리거나 혼자 먹으려고 하면 무섭게 찍어대며 못하게 한다. 나누어 먹고 같이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며 배우는 모습이 사람과 다르지 않다. 높은 전봇대 꼭대기에 앉고 커다란 나무 꼭대기에 앉아서 멀리 보며 먹이를 찾고 추위에도 강한 까마귀들은 추운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보기는 흉하지만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데 올해는 유난히 시끄러워 미움을 받는다.


목청이 커서 까마귀들이 한번 짖으면 동네나 숲이 쩌렁쩌렁 울린다. 우리 뒷집 마당에 커다란 나무가 하나 있다. 해마다 가지를 잘라주는데 주인이 바뀐 뒤에는 가지를 쳐주지 않아 엄청 크게 자라고 나뭇잎도 많다. 새끼 까마귀들이 그 나무에서 사는데 어린 까마귀 짓는 소리가 나면 멀리 있던 어미 까마귀가 날아와 새끼들과 논다. 이렇게 까마귀 개수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이것도 글로벌 워밍 때문 같다 는 생각이 든다. 있던 것이 없어지고 새로운 것들이 생겨난다. 공기가 좋아 살만하니까 모여드는 것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정원에 앉아 있으면 온갖 새들이 모여들어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준다. 로빈과 블루제이가 놀러 오고 참새와 까치가 살아간다. 새들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우리네 인간들과 다르지 않다. 그들도 먹이를 찾고 가족을 부양하며 가족과 함께 살아간다. 오래전 뒤뜰에 있는 사과나무에 새들이 집을 지어서 부엌 창문을 통해 그들의 삶을 보았는데 새끼를 돌보는 어미 새의 모정에 감탄한 적이 있다. 열심히 먹을 것을 찾아다 먹이다가 새끼 새들이 날을 수 있게 되니 함께 집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았다. 까마귀가 목청을 다듬으며 고요한 아침을 깬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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