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처럼, 자연처럼... 인심도 변한다

by Chong Sook Lee


이 좋은 세상에 사람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물건값이 오르고 직업이 없어지고 살 곳이 없다고 한다. 데모가 끝났다고 다행이라고 했는데 또 다른 사람들이 대규모 데모를 한다. 밀당을 하며 간신히 협상을 끝내고 나면 또 다른 그룹이 들고일어난다. 서로 협조하며 살아도 힘든 세상에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을 내세우며 천문학적인 손해를 보게 한다. 마음이 완고한 사람들은 자신들을 위한 것만 생각하게 된다. 남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고 내일이 어찌 되던 상관없다며 데모를 위한 데모를 하는 것 같다. "못살겠다. 갈아 치자". 를 외치며 데모를 하던 1960년대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 초등학교 다닐 때 하교시간에 집에 가는 길에 최루탄 가스로 눈이 매워서 눈물을 흘린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런 날이 계속되어 데모가 싫었지만 당연히 문제가 있으면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배웠나 보다. 허구 한 날 어른들이 데모하는 것을 보고 지겨울 만도 한데 우리도 데모를 하면 무언가 바꿀 수 있는 것 같아 초등학교 6학년 때 데모를 했던 기억이 난다. 한 반에 80명이 넘는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중학교 입시 준비를 하던 때이다. 우리 생각에는 괜찮은 선생님 한분이 전근 명단에 있는 것을 알고 몇몇 아이들이 데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시험날이 몇 달 남지 않았는데 선생님을 교차하면 여러 가지로 힘들 것 같아 이대로 있다가는 중학교 시험에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여러 장의 백지에 테이프를 붙여서 기다란 플래카드를 만들고 양쪽에는 길고 가느다란 막대기를 말아 풀을 붙였다. 플래카드에 검은색 크레온으로 '교사 전근 절대 반대'라고 글자를 크게 썼다. 우리는 근교에 있는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비밀리에 약속을 했다. 몇 날 며칠에 광화문 앞에서 만나서 데모를 하기로 암암리에 철저한 준비를 했다. 약속한 거사의 날이 왔고 우리들은 광화문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약속한 아이들과 함께 플래카드를 펴 들고 광화문에서 청와대를 향해서 '교사 전근 절대 반대'를 외치고 전진했다.


우리 학교애들과 다른 몇몇 학교 애들이 한꺼번에 하얀 플래카드를 들고 외치며 갈 때 기자들이 사진을 찍어 그다음 날 신문에 대서특필이 되었다. 다음날 신문 앞면에 데모를 하던 내 사진을 보고 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뉴스를 듣고 신문을 보신 선생님들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들이 데모를 한다". 고 엄청 혼을 내고 우리가 좋아하는 선생님은 연말까지 전근이 연기되어 중학교 시험에 영향을 주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결국 나는 1차 시험에 떨어지고 2차로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아이들도 데모를 하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데모를 했던 추억을 살짝 들추어본다.




우는 아기에게 젖을 준다고 가만히 있으면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고 데모를 한다. 살기 힘든 것은 누구나 어디에나 마찬가지다. 국가는 국가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문제가 있다. 세월이 가면 좋은 날이 올 거라는데 좋은 날이 벌써 왔다 갔는지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고 못살겠다는 소리만 들린다. 전쟁은 끝나지 않아 사람들은 고통 속에 살고 산불과 홍수는 시도 때도 없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인간은 자연을 이기기 위해 온갖 연구를 하지만 자연재해 가 무참하게 인간을 덮친다.


물가가 올라서 외식을 무서워서 못한다고 하며 여전히 사람들은 외식을 한다. 돈이 없다고 하면서도 어디 구경거리가 있으면 아무리 비싸도 가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 비싸도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하고, 가야 할 곳에 간다. 가상세계까지 생겨나 안방에 앉아서도 멋있는 장소를 실제로 간 것 같은 경험을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정말 좋은 세상이다. 오래전 식량부족으로 알약을 먹는 시대가 온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끊이지 않는 전쟁으로 식량이 줄어서 대체음식이 이미 나왔으니 머지않아 인간의 삶은 지금과는 같지 않을 것이다.


자연이 변하고 세월이 변하고 인간도, 동물도 변한다. 산속에 살던 짐승들이 사람 사는 곳으로 내려와 행패를 부리는 세상에 인간은 그들을 막기 위해 나날이 악랄해져 간다. 고라니와 멧돼지가 곡물을 헤치고 원숭이들이 민가로 내려와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려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골치를 앓는다. 세상이 변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가을과 겨울이 온다. 계절의 순환처럼 좋은 시절이 있고 힘든 시절이 오고 가지만 겨울에는 봄을 생각하며 희망하고, 봄에는 겨울을 대비하며 살면서 힘든 고비를 넘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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