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식구들이 여름을 보낸다

by Chong Sook Lee


하늘은 높고 푸르고

부드럽고 포근한

산들바람이 분다

눈부신 태양 아래

나무들은 넘실넘실

바람 따라 춤을 추며

이리저리 흔들린다


텃밭에 사는 채소들이

저마다의 삶을 산다

깻잎은 깻잎대로

고추는 고춧대로

토마토는 토마토대로

뜨거운 태양 속에

예쁘게 잘 자란다


파와 부추는 씨가 맺히고

벌들은 바쁘게 꿀을 모은다

태양은 아직 뜨거운데

계절의 힘은 하루하루

조금씩 약해져 간다


어린 손주 팔뚝만 한

오이는 쑥쑥 자라서

오이냉국, 미역냉국을

기쁘게 선사하고

갓은 성장을 멈추고

씨를 잔뜩 입에 물고

노란 꽃 속에 내년을 기약한다


데이지는 여름 동안

지칠 줄 모르고 날마다

풍성한 꽃을 피웠는데

이제는 씨를 맺으며

힘없이 시들어간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는데

세월을 먹으며 휘청 거린다


게으름뱅이 호박은

이제야 꽃이 하나둘씩

피어나는데 호박은 없다

그저 올해는 호박잎 쌈이나

먹어야겠다

하나라도 호박을 매달면

맛있는 호박볶음이나

새우젓 찌개를 해 먹고 싶다


장미꽃도 시들어가고

이름 모를 들꽃이 피고 지면

올여름도 가을과

자리바꿈을 할 것이다

마가목 나무 열매가

어느새 노랗게 익어가고

나뭇잎이 하나둘씩 물들어간다


아직은 여름 끝자락에

나무 그늘에 앉아 있으면

서늘하기 조차 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마냥 따사롭다


(시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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