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에 살고 있는 딸과 사위가 온다고 했는데 벌써 간다고 한다. 엄마 음식이 너무나 먹고 싶다고 하는 딸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릴 적 먹고 자란 음식이 좋은지 옛날 음식을 나열한다. 세상이 변하고 인심도 변하여 음식도 달라졌지만 내가 아이들이 어릴 적에 해주던 음식 맛을 기억하고 만들어주면 행복해한다. 결혼하여 제 손으로 요리를 하고 사는 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엄마 맛이 안 난다고 속상해한다.
만둣국, 묵, 제육볶음, 갈비, 군만두, 잡채, 김밥, 갈비탕을 비롯하여 주문이 많다. 오랜만에 친정에 온 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밑반찬으로 무말랭이 무침, 깻잎 장아찌, 열무김치, 오이무침, 콩나물 무침, 무 생채, 부추김치와 배추김치를 비롯하여 나름대로 많이 준비를 해 놓았다. 이렇게 딸과 사위를 위해 준비를 하다 보니 친정 엄마가 보고 싶어 진다. 몇 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딸과 사위를 위해 엄마가 해 주시던 음식이 생각나고 나는 딸을 위해 먹고 싶어 하는 것을 해준다.
친정 엄마의 음식을 먹고 자란 나는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고, 아이들은 그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한다. 결국 아이들은 할머니 음식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음식이 세월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그렇게 음식은 자손 대대로 이어진다. 바쁘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음식을 먹고사는 현대인들도 집밥의 맛은 잊지 못한다. 시간은 없지만 내가 해주던 음식이 먹고 싶어서 정성을 다해서 만들어도 원하는 맛이 안 나오기 때문에 딸은 실망하고 체념하며 엄마 손맛을 저한테 달라고 하며 웃는다.
식당에 가서 먹으면 편하고 좋은데 엄마 음식 타령을 하며 고집하는 딸이 원하는 대로 해주다 보니 그동안 잊고 안 해 먹던 음식도 만들게 된다. 며칠 전에는 손칼국수를 먹고 싶다고 해서 반죽을 하여 직접 칼국수를 만들었고 어제는 갈비탕이 먹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 주었더니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다. 오늘은 떡국이 먹고 싶다 고 한다. 어제 만들어 놓은 갈비탕 국물에 떡국을 만들면 맛있을 것 같아서 해주었더니 맛있다고 엄청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담백한 음식을 해 먹여서 기름에 볶는 것보다 무치는 음식을 좋아한다. 콩나물 무침이 너무 맛있다며 더 먹고 싶다고 해서 콩나물 한 봉지를 더 사다 놓았다.
내일모레면 록키 산맥에서 캠핑을 하며 빅토리아까지 가야 하는데 상할까 봐 여러 가지 반찬을 해 줄 수도 없고 있는 동안 많이 해 주어야 한다. 떠난 다음에 못해준 게 있으면 속상하니까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한다. 딸이고 아들이고 결혼하여 멀리 살아서 자주 못 만나기에 손님이 된다. 손님처럼 왔다가는 아이들이 집에 오면 원하는 것을 해주는 재미로 피곤한 줄도 모르고 한다. 손주들과 놀아야 하고 때가 되면 식사 준비도 하면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한바탕씩 몸살을 앓지만 그래도 좋다.
엄마의 마음은 그런 것인가 보다. 작은 것에 고맙고 뭐라도 받을 때는 좋으면서도 미안하다. 한없이 주고 싶고, 있는 것 주고 또 주어도 아깝지 않고, 없는 것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잘해주고도 더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조금 받고도 한없이 고마워하는 마음이 생긴다.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오래도록 기다리며, 다 이해하고 싶고 다 괜찮다며 사는 엄마의 마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끝없는 희생과 헌신의 길에 온 전신이 닳고 닳아도 내색하지 않고 미소로 사랑하며 산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맛있게 잘 먹고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 더없이 좋다.
올해는 텃밭에서 방울토마토가 잘 자라 많이 열렸는데 딸이 가기 전에 빨리 익었으면 좋겠다. 오이도 길쭉길쭉하게 잘 자라서 열심히 먹는다. 완두콩은 봄에 씨앗을 뿌렸는데 잘 안되어 몇 개만 매달고 있어서 점심때 밥에 넣어 주었더니 맛있게 먹는다. 사위와 딸이 뭐든지 잘 먹는 것을 보니 좋다. 까다롭지 않고 주는 대로 잘 먹으니 나를 도와주는 것이다. 여름이라서 모든 것이 풍요로워 좋고 아이들이 편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어 좋다. 실컷 자고 실컷 놀고 가면 된다. 오랜만에 와서 친구들도 만나고 나이 들어가는 아이들이 행복하면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가 말하지 않아도 평생 동안 자리를 지키고 순응하며 순종하며 끌어안고 살아가면서 한없이 행복한 엄마의 존재다. 힘들어도, 슬퍼도 웃음을 잃지 않고 기뻐하며 사랑하고, 인내 속에 걸어가며 가족과 자식의 행복만을 위해 살아가는 엄마의 마음이 있기에 세상은 꽃이 피어난다.아이들이 와서 편하게 먹고 실컷 쉬고 가서 새로운 힘으로 힘든 세상을 살아가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좋은 선물도 필요 없고 그저 건강하게 가족 사랑하며 저희들끼리 잘 살면 된다. 점점 살기 힘들어가는 세상에 기대고 어리광 부릴 수 있는 엄마 아빠가 있어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