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그리움을 남기고 간다

by Chong Sook Lee



눈치 빠른 계절이

갈 차비를 하고

햇살과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늦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서두르는 여름은

나무에 예쁜 물을 들이고

어느새 뒤뜰에 서있는

마가목 나무 열매는

주홍색 옷을 입고

야채들은 마지막 꽃을 피우며

야무지게 씨를 만듭니다


떠나는 길이 아무리 바빠도

내년을 기약하는 마음이

간절하기에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합니다

어디서 날아온 코스모스가

길가에 외롭게 서 있고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손을 흔듭니다


바람이 차도

비가 내려 가을을 재촉해도

꽃을 피며 사랑을 전하며

아름다운 모습을 보입니다

더러는 벌써 꽃잎을 다 떨구고

새까만 씨를 입에 물고

당당하게 서서 계절을 맞습니다


삶은 그렇게

또 하나의 그리움을 남기고

추억이 되어 떠나갑니다

오는 계절을 따라

바쁜 발걸음으로

짧아져가는 햇살에

고개 숙이며 기억합니다


아름다웠던 지난날들은

또 하나의 추억으로

뜨거운 사랑으로

눈부시게 피어납니다

아픔도 고통도

기쁨으로 승화되는

세월의 약이 되고

꽃으로 피어나기에

더없이 행복합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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