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아까운 날

by Chong Sook Lee



날씨가 좋은 날은

햇볕이 아까워

빨랫줄에 빨래를 넙니다


세탁기에서 짜진 옷들은

주름살이 많아

쭈글쭈글한 빨래를

탁탁 털어 빨랫줄에 널고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집게로 단단히 잡아줍니다


햇빛과 바람이

빨아놓은 옷사이를

오고 가

젖었던 옷이 말라갑니다

파랗던 하늘에

뭉게구름이 놀러 옵니다

마실 갔던 바람이 돌아옵니다


비가 오면 안 되는데

조금 있으면 빨래가 다 마르는데

조바심치는 내 마음을 알았는지

구름이 어디론가 소풍을 갑니다


빨강 노랑 검정 하양

빨래가 어깨춤을 춥니다

팔다리를 벌리고

바람 따라 흔들립니다


햇볕은 다리미

쭈글거리던 주름살이 다 펴지고

먼지도 떨어지고

매끈하고

뽀송뽀송한 얼굴이 됩니다


나의 얼굴 주름살도

햇볕에 말리면

저 빨래같이 주름살이 없어지려나

빨래 사이에 서서

나도 빨래가 됩니다


하늘을 보고

햇볕을 바라보며

빨래를 찾아오는 바람을 만납니다

어느새 나는 빨래가 되고

빨래는 내가 되어

바람이 부는 대로

서로 붙잡고 춤을 춥니다


다 마른 옷들을 차곡차곡 개어

서랍 속에 넣으면

행복도 차곡히 쌓이고

아까운 햇볕도 서랍에서 잠을 잡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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