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피어나는 강가

by Chong Sook Lee



밤새 비가 와서 젖은 거리를 본다. 비에 젖은 차들을 보며 아침을 먹는다. 오늘은 어떤 날이 될지 궁금하다. 골프를 치지도 않고 쫓아다녔는데 그것도 일이라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와글와글 데모를 한다. 골프 카트에 오르내리고 옆에서 참견하기만 했는데도 피곤한데 매일 골프를 치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간다. 따뜻한 차 한잔에 보리죽과 삶은 계란 하나 그리고 감자튀김 두쪽을 먹고 나니 배가 부르다. 아직 출발하는 시간이 멀어서 방으로 들어가 볼일을 본다. 여행을 간다고 좋아했는데 어느새 내일이면 집에 간다.


시간이 참 빠르다. 오랜만에 다섯 가구가 한데 모여 같이 웃고 놀고먹으며 3일이 지났다. 이민 초기에 만나 알게 되어 친해진 가족 같은 친구다. 어려울 때 함께한 친구들이라 말을 안 해도 서로의 마음을 알고 배려하고 이해하게 된다. 밖은 여전히 구름이 잔뜩 껴서 맑을 것 같지 않다. 오늘은 그리 멀지 않은 골프장을 향해 간다. 이곳은 크게 다리를 거점으로 캘로나와 웨스트 캘로나로 나누어져 있다. 커다랗고 긴 다리를 건너가야 하는데 교통혼잡이 굉장하다. 출근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다리 위에 많은 차들이 정체되어 꼼짝하지 않아 알고 보니 공사관계로 노선 하나를 막았던 것이다.


차가 빠지기를 기다리며 다리 주위를 구경한다. 햇살이 강물을 비추고 물안개가 뽀얗게 피어 나온다. 강가에 배들이 선박 되어 있고 강 주위 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캐빈이 있다. 다리를 빠져나와 조금 가다 보니 서서히 산 가까이에 있는 골프장이 있다는 팻말이 보인다. 산이 시내에 가까이 있어 과일 농장은 없고 동네와 근접해 있다. 집들은 아주 작은데 집집마다 거목들이 서 있어 운치를 더 해주고 있다. 관광지이지만 특별히 화려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조용하다. 동네를 빠져나가 산 입구로 들어서니 골프장 아래에 많은 콘도가 눈길을 끈다.


골프장에 도착하여 클럽 하우스를 거쳐 필드로 나간다. 흐리지만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다. 마운틴 골프는 보통 골프장과 다르다. 오르고 내리며, 가파르고 그린이 높고 낮게 자리해 있어 너무나 아름답다. 사방은 돌산으로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풀은 누렇게 색이 변해있고 골프장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초록색이다. 바라만 보아도 좋다. 매일 가는 골프장도 좋지만 노란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진 예쁘고 아름다운 골프장이다. 쉬운 듯하다 생각하면 어렵고, 가깝게 보이지만 깊은 골짜기가 기다린다.


한 홀 한 홀 지나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과 똑같다.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을지 모른다. 골프장도 홀마다 의 모습과 길이가 다르다. 길고 짧은 곳도 있고, 구부러진 곳도 있고, 물과 모래를 끼고 있는 곳도 있다. 잘 친다고 친 공이 절벽으로 들어가고 숲 속으로 빠지기도 한다. 한번 멋지게 친다고 친 공이 코앞에 떨어지기도 하고, 잘 안되어 실망해서 힘을 빼고 친 공이 의외로 잘 가는 경우도 있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잘하려다가 망치기도 하고, 체념하며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처럼 골프도 마찬가지다. 급하게 치면 실수로 돌아오고 신중해서 너무 뜸을 들이면 기회를 놓치게 된다.


같이 살아가는 이웃을 배려하듯이 같이 골프를 치는 썸들과 마음을 맞추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잘되기만 기다릴 수 없고 안된 다고 앉아 있을 수만 없다. 흐린 하늘이 조금씩 구름을 벗으니 산의 모습이 그림처럼 살아난다. 가다 보니 골프카트 스크린에 곰과 곰 새끼들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안내가 뜬다. 같이 간 친구가 공을 찾으러 풀 속으로 들어갔는데 실뱀이 급하게 도망가는 것이 보였다고 한다. 군데 군 데서 골프를 치고 골프카트를 몰고 다니며 앞으로 간다. 드라이브를 잘 치고 페어웨이에 잘 들어가서 바디 찬스를 기다리는데 공이 홀 안에 들어가지 않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결국 양파를 한다.


골프와 자식은 마음대로 안된다고 한다.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골프고 인생이다. 매 홀 마다 다르고 매 그린마다 모양과 굴곡이 다르다. 내리막길 같은데 오르막길이고 오르막인 줄 알고 힘껏 치면 엉뚱한 곳으로 굴러간다. 4시간 동안 작은 공을 쫓아다니며 웃고 실망하고 소망하고 기다리다 보면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간다. 마지막 홀에서 모두 모여 사진을 찍으며 골프를 끝내고 호텔로 간다. 시간상 점심을 챙겨 먹지 못해서 배가 고픈데 길이 차가 막힌다. 길이 막혔는데 마음이 급하다고 뛰어갈 수 없다. 약속한 식당으로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앉아서 맥주 한잔씩 마시며 목을 축이고 각자 주문한 밥을 먹으며 지난 세월을 이야기한다. 아침부터 쉬지 않고 움직였더니 피로가 몰려온다. 하루는 이렇게 저물고 꿈나라를 향한다. 눈을 감으니 물안개가 피어나는 강가가 눈에 보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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