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날이다. 4박 5일 여행을 간다고 좋아했는데 어느새 마지막 날이다. 어제저녁에 대충 짐을 쌓아 놓았으니 아침 먹고 떠나면 된다. 친구와 차를 나누어 타고 와서 짐을 줄여서 쌀 짐도 별로 없다. 어제 너무 과식해서 그런지 속이 약간 불편하여 보리죽 한 그릇과 차 한잔으로 아침을 때웠다. 로비에 모두 모여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집까지 900km 정도다. 가다가 휘발유도 넣고 화장실도 가고 점심도 먹어야 한다. 급하게 가도 11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다. 해가 많이 짧아지긴 했어도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 4일 동안 비가 온다고 했는데 다행히 비는 밤에만 와서 비를 맞지 않았고 오늘은 화창하다.
경계선인 다리를 넘어가는데 햇살이 눈부시게 강을 비춘다. 이제 가면 언제 또 올지 모르기에 사진을 찍으며 다시 한번 물안개 피어나는 강을 구경한다. 강가에 있는 콘도와 배가 새로운 날을 기다린다. 누군가가 새로운 하루를 즐기기 위해 오고 갈 것이다. 이번에는 골프여행이라서 골프만 치고 가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강가를 걸으며 배를 타고 싶다. 도로에 차들이 많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고 걸어가는 사람도 보이지만 이곳 역시 조용하고 한적한 도시다. 산과 강 사이에 있는 도시라서 참으로 평화로워 보인다. 꽃과 나무와 숲이 우거져 있고 사람들은 한가롭게 생활한다.
관광자라고 해서 유난한 것도 별로 없고 수수하다. 다운타운이라 해도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빌딩이 낮게 지어져 있다. 도시를 빠져나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속도를 내며 간다. 동물들이 풀을 뜯어먹는 평화로운 농촌을 지나니 산과 강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강보다 훨씬 더 넓어 보이는 강물이 조용하게 흐르고 산 중턱에는 구름이 반 정도까지 내려와서 춤을 춘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구름 속에서 신선들이 잔치를 하는 것 같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높은 산은 모두 바위로 되어있어 나무가 자라지 못해서 이름이 록키 산맥이다. 산을 뚫고 만들어진 길을 따라간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도로인데 참 견고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다. 구멍 하나 없이 매끈하게 뻗어 있는 고속도로를 마음껏 달린다.
중간중간 멈춰서 볼일을 보며 가다가 식당에 들러 간단하게 이른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한다. 차가 밀려서 천천히 간다. 통행하는 차들이 많아지고 도로를 증축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가파르고 높은 바위 사이에 길을 넓히는 공사인데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대 공사이다. 여러 인부들이 열심히 일을 한다. 수백 미터 낭떠러지 위에서 공사를 하는 모습만 보아도 아찔하다. 가파른 도로를 한참 돌아 다시 평평한 고속도로를 달린다. 양쪽으로 하늘을 찌를 듯이 서있는 록키산을 보며 산 가운데로 간다.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산골짜기에 하얗게 쌓여있고 하얀 폭포수가 여기저기서 내려온다. 웅장한 바위산들이 병풍같이 둘러 싸여 있고 여러 짐승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로가에 높은 철망이 쳐져 있고 동물들이 건너는 다리가 몇 개 있다.
해는 구름 사이를 오가며 세상을 비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에 생각지 않은 친구들과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라 마음이 평화롭다. 골든을 거쳐 밴프를 들려 캘거리를 지나간다. 빠져야 할 곳을 지나쳐 다시 돌아가기도 하고 미리 들어가 뒤돌아서 고속도로로 나오기도 하면서 에드먼턴으로 향한다. 오래전에 보았던 것들일 텐데 전혀 기억이 안 난다. 새로운 빌딩이 들어서고 있던 것들은 낡고, 좁았던 길은 넓혀졌다. 장사가 안되어 문을 닫은 주유소도 몇 개 보인다. 노란 들판에 추수가 끝나가고 소와 말들이 풀을 뜯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지나간다.
석양이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고 동쪽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있는 게 어딘가 비가 오고 있나 보다. 도로에는 주말을 맞아 어디론가 떠나는 차들이 줄을 이어가고 있다. 피곤이 몰려온다. 점심을 일찍 먹어서 그런지 배가 고프다. 이런 때는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 식당에 들러 짬뽕과 해물덮밥, 간짜장, 그리고 깐풍기와 탕수육을 먹기로 하였으니 전화로 예약하고 식당을 향해 열심히 달린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며칠 동안 열심히 우리를 안전하고 편하게 운전하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닌 친구 부부가 너무나 고맙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웃으며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친구들과의 여행이 참으로 즐거웠다.
밥을 먹는 동안 비가 엄청 많이 와서 길이 젖었다.
너무 길지도 너무 짧지도 않았던 여행을 같이 하며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는데도 예전과 다름없는 우정에 행복했다. 친구가 새로 지은 호텔에서 묵으면서 같이 먹고, 같이 놀은 시간은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를 초대해준 친구의 사업이 번창하길 바라고 가정에 건강과 축복의 은총이 있기를 기원한다. 힘들었던 이민 초기의 고난은 이렇게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고 우리의 우정은 익어 간다. 앞으로 몇 번 더 여행을 같이 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져 집에 도착하니 더없이 좋다. 저녁을 해결하고 와서 씻고 대충 정리하고 자면 된다. 앉아서 편하게 왔는데도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