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으면... 내가 보내주마

by Chong Sook Lee



한번 들어온 여름 감기가 오랫동안 나를 떠나지 않는다. 여러 가지 검사를 했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여전히 감기 기운이 남아 있다. 콧물은 나오지 않는데 코 안에 어딘가가 막힌듯하여 목소리가 변형되어 말할 때 많이 불편하다. 시간이 가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는데도 여전히 나를 떠나지 않는다. 며칠을 생각하다 의사를 보러 갔는데 의사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기실에 꽉 차 있다. 약속을 한 사람이 우선권이 있어 웬만하면 약속을 정해 놓지만 기다릴 수 없으면 약속 없이 와서 대기실에서 기다린다. 어떤 때는 빨리 의사를 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막연히 기다리기도 한다. 의사를 찾는 사람 모두 몸이 아파서 온 사람들이라 한시라도 빨리 진료를 받기를 원하지만 세상만사 마음대로 안된다.


지난봄에 갑자기 생긴 알레르기로 고생을 해서 알레르기 전문의에게 보내달라고 했는데 연락이 없어서 겸사겸사 다시 왔다. 의사가 부족한 요즘에 의사 보기가 점점 힘들어 가고 있다.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은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면 더 답답하다. 이유를 알고 있으면 치료방법만 알면 되는데 감기도 아닌데 감기 같은 증상을 달고 살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아프지도 않은데 목소리가 가라앉고 말할 때 콧소리가 나오니 사람들은 내가 많이 아픈 줄 안다. 여름 내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별생각을 다했다. 무슨 몹쓸 병이라도 걸렸나 하는 생각부터 곧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으로 가을을 맞았는데 여전히 증상은 좋아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코로나 후유증이라고도 하고 백신 후유증이 라고도 하지만 그것 역시 확실하지 않다. 알레르기 전문의를 만난다 해도 해결책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일단은 만나서 검사를 하고 싶다. 조금 기다렸는데 이름을 불러 진찰을 받았다. 진찰 이래야 고작 몇 마디 증상을 이야기하고 의사가 몇 가지 물어보고 대답을 하면 진찰이 끝난다. 아무래도 지난번 여름 감기 때문에 기관지가 깨끗하지 않다고 항생제와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를 처방해준다.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알맞은 약을 처방해 주지만 병을 낫게 한다는 보장은 없다. 약을 써보고 안되면 다른 약을 쓰면 되겠지만 항생제는 그리 반갑지 않다.


여름에 눈병이 났을 때 먹었던 항생제로 인하여 복통과 설사로 오랫동안 고생을 해서 망설여진다. 항생제를 자주 먹으면 좋지 않다는데 또 주냐고 했더니 2달이 지났으니까 괜찮다고 한다. 의사도 환자도 병을 낫게 하기 위해 노력은 해야 하지만 때로는 겁이 난다. 정부가 백신 접종을 권유할 때, 잘 알지도 못하는 코로나 백신을 맞자니 의심스럽고 안 맞자니 생활하는데 불편할 것 같아서 3차까지 맞았는데 후유증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후회가 된다. 검증된 백신이 도움이 되었겠지만 오랫동안 감기가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게 확실하다.


이제 이곳도 제재가 풀어져 캐나다 입국할 때는 아무런 제재나 검사가 필요 없게 되어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게 되었다. 코로나 전쟁으로 힘들었던 시간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안심할 수 없다. 이렇게 한 번씩 아파서 고생을 하다 보면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가 실감하게 된다. 길어야 이 삼일 이면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감기를 몇 달 동안 끼고 살다 보니 늙어가고 있는 게 확실하다. 나이가 들고 면역력이 떨어지다 보니 모든 것들이 느려지고 감기조차 나를 얕잡아 보는 것 같다. 처방약을 사서 먹으면 도움이 될 거라 믿어 봐야겠다.


지난 7월에 갑자기 눈꺼풀이 내려앉아 깜짝 놀라서 의사를 만났는데 혹시 큰 병일 수도 있다고 응급실로 가라며 편지를 써 준 의사다. 편지를 받아 들고 간 응급실은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차례를 기다릴 것을 생각하니 한심했는데 편지 내용을 보더니 5분도 채 안되어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CT 스캔과 엑스레이 그리고 피검사를 한 결과, 단순히 눈에 염증이 생긴 결과로 나왔다. 항생제를 먹고 눈병은 나았지만 항생제 때문인지 잘 모르지만 복통과 설사로 오랫동안 고생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항생제를 먹고 싶지 않다. 약은 병을 낫게도 하지만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한번 입을 통해서 들어간 약이 몸 안에서 무슨 일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어쨌든 의사 처방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9월도 거의 끝나 간다. 집 앞뜰에 있는 자작나무 잎이 빨갛고 노랗게 익어가고 떨어질 준비를 하는데 나를 떠나지 않는 감기도 함께 떨어지길 바란다. 감기야, 네가 떠나지 않으면 내가 보내주마.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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