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빛의 놀이터

by Chong Sook Lee



퇴색한 단풍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허탈한 바람이 분다

간신히 달려있던

기운 빠진 나뭇잎

미련 없이 땅에 누워버린다


이미

많은 낙엽들이 쌓인 곳에

누워서 하늘을 본다

어제의 하늘은 푸르고

오늘은 어두운 회색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오려나보다


메마른 낙엽이

바람 따라 또르르 굴러가

움푹 파인 구덩이에

몸을 숨긴다

어제의 정렬은 어디로 가고

스산한 바람만 거리를 헤맨다


급한 마음에

잠시 서서 하늘을 본다

비가 지나간 서쪽하늘에

곱다 못해

처절한 빨간 석양이

하늘을 감싸고

세상을 빨갛게 물들인다


오늘은 이대로 떠날지라도

내일의 새로운 태양이 되어

다시 태어나기 위해

어둠 속에 잠든다

산더미 같은 숱한 이야기

꿈속에서 전하고

하루의 노고가 밀려온다


변덕스러운 하늘에

별이 총총하고

낮에 본 핏기 없던

허연 반달은

뽀얀 얼굴로 세상을 비춘다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는 길은

어둠과 빛의 놀이터가 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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