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에 빠진 가을

by Chong Sook Lee



강물 따라 걸어갑니다

오리와 갈매기가

해맑은 강물에서 노는

평화로운 낮입니다

가을도 덩달아 강물에 빠져

눈부시도록 파란 하늘을 보고

바람조차 잠든 숲은

다람쥐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단풍잎이 하나 둘 떨어지고

낙엽은 쌓여갑니다

두 손 마주 잡고

석양을 향해 걸어가는

노부부의 낙엽 밟는 소리가

애처롭도록 정겹습니다


하늘과 강이 뜨거운 포옹을 하고

눈부신 햇살은

강물과 입을 맞춥니다

길 떠나는 기러기

재회의 기약 속에 날아가고

곱게 익어가는 가을은

어제의 사랑을 노래합니다


먼저 온 이파리가

먼저 간다고 인사를 하고

오래 서 있던 나무가

힘들다고 누워버립니다

빨강 노랑 예쁘게 물들어가는

옆에 나무가 부러워

쳐다본 눈길에

곱게 물든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먼저 가고

나중에 가더라도

우리 모두 만나는 재회의 날

맑은 하늘 바라보며

강가를 걸어 보렵니다


또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 살다 가고픈

어제의 소망이

오늘의 가을 속에 익어가고

희망 넘치는

내일의 꽃이 핍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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