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찾아와 세상을 지배하던 코로나는 서서히 물러간다. 자유로운 일상을 빼앗고 수많은 규제를 요구하던 삶에서 사람들은 다른 삶을 살아왔다. 오고 가지 못하고, 만남과 외출이 금지되고 혼자 사는 방법을 배웠다. 대면에서 비대면의 생활을 하게 되고, 말을 하지 않고 메시지로 소통하며 살게 되었다. 가족이 모여서 웃고 이야기하며 보내는 대신에 그리워하며 체념하는 것을 배웠다. 만남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가족조차 만날 수 없었다. 가까이 사는 자식이 있어도 부모는 혼자 기다림에 지쳐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평생의 한을 안고 살아야 한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잔인한 정책이었다.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는 연로하신 분들은 따스한 눈길과 손길이 필요하다. 가족을 떠나 요양원이라는 낯선 곳에서 그들은 얼마나 애타게 가족을 기다리며 만나고 싶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정부 정책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에는 너무 잔인하다. 전염성으로 위험하고 많은 사람들이 앓고 사망하였다고 하지만 지난 3년의 삶은 한마디로 지옥이었다. 특히 가족을 자주 만날 수 없는 멀리 사는 이민자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다 하더라도 95세의 고령의 엄마를 만날 수 없는 처절한 심정을 무어라 말 못 한다.
고국에 사는 형제자매들도 가까이 살아도 가지 못하고 엄마는 오지 않는 자식들을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백 년 가까이 살아오시는 동안,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비롯하여 여러 번의 전염병을 겪으며 견디고 살아오셨다. 혼자 살 수 없어 들어가신 요양원에서 인생 마지막 가는 길에 오직 희망이 있다면 가족을 만나는 것일 텐데 그것마저 허락이 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이민 생활 속에 유일한 희망이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의 좌절감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자유는 단지 그럴싸 한 단어에 불과하고 우리에겐 자유가 없어진 지 오래다. 규제와 제재로 가로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간이 가고 이제는 국가마다 문을 열고 오고 가라고 한다. 3년 동안의 암흑시대는 이제 끝이 났다. 기가 죽었던 사람들은 활개를 펴고 만나고 웃고 포옹하며 자유를 만끽한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넘쳐나고 물건들이 쌓여 있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겨서 사람들을 압박한다. 세계경제가 하락하고 사람들은 못 살겠다고 한다. 고물가와 고금리는 시장을 정체시키고 있다. 흐르지 않고 고인 물은 썩는다. 사람들은 두렵다. 코로나로 잃었던 자유를 찾았지만 앞으로 다가오는 불황을 대처할 방법이 없다.
만나지 못해서 안달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밥 먹을 걱정을 해야 한다고 한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자연재해로 세상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전쟁은 끝나지 않고 사람들은 울부짖는다. IT 산업이 세계를 지배하고 손가락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세상이 되었는데 여전히 기아에 시달린다. 휘발유값과 식재료가 하루가 다르게 미친 듯이 올라가지만 먹어야 산다. 추수감사절에 제대로 된 음식을 기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좋은 세상에서 멋지게 한번 살아 보려고 지금껏 발버둥 치며 살아온 사람들은 희망을 잃고 앞이 캄캄하여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는 3년 동안 경제 발목을 잡은 것만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의 삶을 윽박지르며 도미노처럼 모두가 쓰러져 간다. 단풍이 들어 떨어진 낙엽은 어디론가 굴러 다니다 언젠가는 흙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우리네 인생도 이렇게 살다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겠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높은 곳을 향해서 살아온 날들인데 들리는 말들은 희망보다 실망과 절망이 앞선다. 봄이 오면 새싹이 돋는다.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라도 봄이 온다 는 희망 속에 나무는 견디는데 점점 황폐해져 가는 인간의 삶의 봄은 멀어져만 간다.
종착역에 가까워진 사람들은 멀지 않아 목적지에 내리면 되지만 새로운 세상을 오래도록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고달파도 참고 견뎌야 하는 현실이다. 코로나는 떠나가지만 코로나가 준 교훈은 잊지 말아야 한다. 혼자 살아가는 것을 배웠고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가도 배웠다. 작은 것에 서운해하지 않고 무시한다고 마음에 두지 말자. 각자 나름대로 적응하며 살고, 남을 너무 의식하지 말며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가까운 이들의 슬픔을 나누며 한번 온 것은 가야 되는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살면 된다.
세상 모든 일에 때가 있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미움도, 원망도 다 부질없는 감정이다. 좋은 생각만 해도 시간이 없는데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말자. 생각대로 안 되는 게 인생사이지만 연습하면 된다. 화가 나고 세상이 싫어질 때는 하늘을 보며 걸어보자. 가진 것이 없다고 속상해하지 말고 가진 것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생각보다 가진 것이 많다. 운명 따라 사는 게 사람이지만 사람은 운명을 만든다. 코로나 3년의 고통은 이제 끝났다. 어떤 고난이 다가와도 우리에게는 견딜 수 있는 내성이 생겼다. 삶의 내성은 고난을 이겨낼 때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