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종일 내리던 눈이 멈추었다. 하늘은 다시 맑게 개이고 구름 속에서 게으름 피우던 태양은 눈부시게 세상을 비춘다.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이 햇볕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날씨처럼 내 마음도 활짝 갠다. 세상만사 별것 아닌 것에 기분 좋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실망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늦은 아침을 먹고 눈을 치우려고 밖에 나가 보았더니 어느새 사람들이 지나간 발자국에 많다. 아무도 걸어가지 않으면 한 번에 밀어버리면 되는데 여러 번 긁어내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괜찮다.
오늘 아침 체감온도는 영하 31 도로 상당히 춥다. 날씨가 추우니 이런 날은 꼼짝하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아이들이 메시지를 보내온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내가 잔소리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좌지우지한다. 어릴 때부터 나한테 잔소리를 많이 들어서 배웠는지 주객이 전도됐다. 이제는 아이들이 우리들의 보호자가 되었다. 세상이 변하는데 나이는 들어가고 배울 것이 많은데 따러가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은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본능으로 쉽게 배우는데 우리들은 몇 번을 가르쳐 주어도 자신이 없다. 바보가 되어 가는지 알고 있던 것도 잊어버리고, 모르는 것은 배워도 금방 잊어버린다.
그까짓 거 모르면 모르는 대로 살면 되겠지만 세상의 눈치를 보게 된다. 공공장소는 이미 많은 것들이 인공지능의 범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배우면 못할 것이 없지만 매일매일 사용하는 기회가 없다 보니 사용할 때마다 낯설어서 잘해놓고도 의심 적어 다시 보게 된다.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말라 자판기에서 무언가를 사고 싶어도 그냥 참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려고 하다가 괜히 잘못해서 실수하여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기우부 터 하게 된다.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손주들을 보면 부럽다.
주먹구구식이 편한 우리와 컴퓨터가 편한 그들은 살아가는 삶의 질이 다르다. 몸으로 때우는 세상과 머리로 살아가는 세상은 하늘과 땅 차이고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어 좋고 나쁘다 할 수 없다. 시대 따라 사람들이 살아가고 신세대와 구세대로 나누어진다. 아무리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 해도 쉽지 않다. 부모님이 이해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안 그럴 것이라 장담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니 부모님을 닮아가는 자신을 보며 이제야 이해가 된다. 부모님을 닮지 않은 줄 알았는데 세월 따라 닮아간다. 몸도 얼굴도, 생각도 마음도 닮아가는 모습에 때때로 놀란다.
어릴 적에 말을 안 듣고 반항하며 말썽 피우면 부모님들은 주워 왔다고 ' 너희 엄마 아버지 찾아가라고 하시던 농담이 생각난다. 당연히 농담인 줄 알면서도 혹시라도 사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던 때도 있었다. 사람 사는 방식은 달라졌어도 근본은 다르지 않다. 백 년 동안의 근대사를 보면 상상할 수 없도록 변해서 살기는 좋아졌는데 사람들은 못 살겠다고 난리다. 월급도 많고 물건도 다양하고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닌다. 영상 통화를 하고, 온라인으로 학교 수업을 받고, 의사들은 진찰을 한다. 삶은 진화되었는데 정신은 피폐해간다.
정신병이 많아지고 자살률도 높아진다. 삶이 불안하고 두렵고 미래는 불확실하고 헛된 꿈속에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으로 불행하다.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고 최고의 삶을 지향하지만 삶의 질은 하향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시대의 흐름일 뿐이다. 원하던 삶이 아니지만 살아간다.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면서도 용납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 평화를 찾으러 떠난다. 귀향을 하고, 여행을 하며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다. 현대의 삶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숙제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상상을 초월하여 사람 흉내까지 낸다. 인간 세계를 지배하고 인간을 통제하는 시대가 가까워진다. 편리를 위해 돈을 만들어 돈의 노예가 되었다. 몸을 편하게 하기 위해 기계를 만들었는데 사람이 하는 일을 컴퓨터가 하고 소가 하던 농사를 기계가 한다. 사람이 필요 없어지고 기계만 있어서 기계와 이야기하고 기계와 논다. 기계가 하라는 대로 하고 기계 말을 들어야 세상이 돌아간다. 기계는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편하게 하였지만 감성은 메말라 간 다. 더 잘살기 위한 집념으로 눈이 멀고 귀가 멀어도 모르고 앞으로 간다.
이제 멈추고 돌아보아야 할 시간이다. 기계화되어가는 사회 속에 사람조차 기계가 되는 느낌이다. 관공서에 전화를 걸면 기계와 대화를 해야 한다. 기계가 잘 알아들으면 다행이지 만 그렇지 못하면 참으로 답답하다. 비대면으로 살아가는 것이 습관화되고 사람 상대하는 기능이 점점 상실되어 간다. 대면 시대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손짓 발짓하며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기계와의 소통은 잘못하면 불통을 가져온다.
하얀 눈으로 덮인 화사한 창밖을 내다보면서 괜한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세월 따라, 시대 따라 살아가야지 거슬러 올라갈 수 없고 돌아갈 수 없다. 각자의 능력대로 살아야 한다. 남은 시간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다 보면 기계와도 소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말자. 창밖을 바라보며 나의 생각은 세상을 돌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