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가 창밖을 내다본다.
하얀 눈이 쌓여있는 숲이 보인다.
지난번에 엄마하고 같이 가 본 숲이다.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다가 갑자기 바깥이 궁금했다.
집 앞에 있는 숲은 길 하나만 건너면 된다.
저 숲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오늘은 날이 많이 풀어졌다고 하는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소라야.
우리 밖에 한번 나가볼까?
날씨가 그리 춥지 않은데 저기 보이는 숲에 가보자.
안돼. 엄마가 가만히 집에 있으라고 했어.
괜찮아. 내가 네 손잡고 천천히 걸으면 돼.
너무 추운 것 같은데?
아냐. 그렇게 많이 춥지 않아.
쟈켓을 입고 나가면 괜찮을 거야.
엄마 아빠한테 혼나면 어떡하지?
잠깐이면 돼. 엄마 오기 전에 빨리 갔다 오자.
그래. 나 옷 입고 나올게.
나리와 소라는 신나게 숲으로 향하여 뛰어간다.
언니. 이렇게 나오니까 너무 좋아.
그렇지? 나도 좋아. 너와 함께 나와 보니까
텔레비전만 보고 있던 시간이 아까워.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빨갛게 보인다.
눈이 쌓여 있지만 나무들은 춥지 않은지 옷도 안 입고
벌거벗은 채 팔을 벌리고 서 있다.
다람쥐가 구멍 뚫린 나무를 오르내리며 놀고 있다.
언니. 저기 다람쥐가 있어.
어디?
저기 구멍이 뚫린 나무 안에 있어. 너무 추워서 나무 안에 있나 봐.
응. 나도 보여. 입에 땅콩을 물고 다니네.
눈이 이렇게 많이 쌓여 있는데 어디서 땅콩을 찾았지?
글쎄 말이야. 어딘가에 숨겨 놓았었나 봐.
추운 겨울에 다람쥐는 여기서 무얼 할까?
글쎄. 눈이 와서 너무 추워서 놀 곳도 없을 텐데.
나리와 소라는 너무 신나게 노는 다람쥐를 따라가다가
소라가 앞으로 넘어졌다.
괜찮아 소라야?
응. 나 괜찮아 언니. 우리 앞으로 더 걸어가 보자.
다람쥐가 예쁜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아.
다람쥐가 사는 곳을 찾아보자.
그래. 너무 재미있다.
우리 나오길 잘했지?
응. 이길로 갈까? 아니면 저쪽으로 갈까?
잘못하면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곧바로 가자. 이따가 돌아올 때 이 커다란 나무를 기억하면 돼.
응. 언니.
소라야. 저쪽 길에 새들이 나무에 앉아 있다.
우리 한번 새들 노는 곳에 가볼까?
그래. 언니.
나리와 소라는 손을 잡고 다리를 건너
건너편 숲으로 걸어간다.
언니. 새가 안 보여. 아까 놀던 새가 어디로 날아가 버렸어.
응. 소라야. 금방 또 올 거야.
아직 안 오는데?
잠깐 기다려봐.
나리와 소라가 나무 아래서 새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오지 않는다.
언니. 새가 어디로 놀러 갔나 봐.
앗… 눈이 온다. 소라야.
응. 언니. 정말 눈이 오네.
우리 여기서 눈사람 만들면서 새들을 기다리자.
그래. 언니. 우리 커다란 눈사람 만들자.
나리와 소라는 눈사람을 열심히 만드는데
새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언니. 새들은 오늘 오지 않으려나 봐.
너무 춥고 배가 고파. 우리 집에 가자.
그래? 벌써 배고파?
나리가 그제야 소라가 입은 옷을 보니
무릎에 구멍 난 청바지였다.
모자도 안 쓰고 얼굴이 빨갛게 얼어 있는
소라를 보며 깜짝 놀랐다.
소라야. 너 옷이 너무 얇아.
왜 이런 옷을 입고 왔어? 그럼 우리 빨리 집에 가자.
그들은 만들던 눈사람을 놔두고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언니. 이쪽으로 쭉 가면 집이 나오지?
응. 다리 건너서 큰 나무 있는 데로 가면 돼.
다리를 건너서 길이 두 개가 나왔는데 다람쥐를
쫓아다니던 길이 눈이 익어 그들은 그쪽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걸어도 커다란 나무가 보이지 않아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커다란 나무가 여기저기 서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눈이 더 많이 내리는데
나리와 소라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언니.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집에 가고 싶어.
조금만 참아봐. 이리 와 봐.
이쪽으로 내려가면 될 거야.
눈이 계속 내리는데 아까 본 키가 큰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길이 모두 똑같아 보이는 길이다.
언니. 돌아가자 지금. 발가락이 너무 시려. 괜히 나왔어.
따뜻한 방에서 텔레비전이나 볼걸. 나오기 싫었는데 언니가 나가자고 해서 나가면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뭐야.
우리 길 잃어버렸나 봐. 이러다 우리 집에도 못 가면 어쩌지? 엄마 아빠 보고 싶어.
소라야. 걱정 말아. 금방 길을 찾을 거야.
나리가 소라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가는데
아까 본 키 큰 나무가 보인다.
소라야. 이 나무야. 우리가 여기로 걸어왔던 거야.
이길로 가면 집이 나올 거야. 걱정하지 마.
응… 언니. 정말 그러네. 아까 다람쥐가 놀던 나무야.
저기 봐. 언니. 다람쥐가 새하고 놀아.
맞아. 소라야. 너무 예쁘다.
동생과 같이 재미있게 놀려고 나왔는데
길을 잃어버린 줄 알고 은근히 걱정하던 나리가
안심하고 소라에게 이야기한다.
소라야. 이길로 가면 바로 집이야.
따뜻한 집에 가면 언니가 핫 초콜릿 타서 줄게.
응. 언니.
근데 소라야. 추운 겨울에 밖에 나올 때는 모자도 쓰고 옷도 따뜻하게 입고 나와야 해.
응. 맞아 언니. 아까 언니가 나가자고 할 때는 이렇게 추운 줄 모르고 나왔어. 다음부터는 언니처럼 준비 잘하고 나올게. 빨리 집에 가서 따뜻한 이불속에서 발 녹이고 싶어.
그래. 우리 집에 가서 따뜻하게 입고 텔레비전 보면서 놀자.
빨리 집에 가고 싶어. 집이 너무 그리워.
응. 고마워 소라야. 아까 네가 춥고 배고프다고 할 때 나도 무서웠어. 네가 잘 참고 따라와 줘서 정말 고마워.
괜찮아. 언니. 이제 하나도 안 추워. 배도 고프지 않아. 저기 집이 보이잖아. 가서 맛있는 것 많이 먹으면 돼.
나리는 소라의 손을 꼭 잡고 집을 향해 신나게 걸어간다.
눈부신 햇살이 그들의 가는 길을 환하게 밝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