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바람에도 휘청거리는 개미들은 더 이상 머물지 못한다. 어제 바람이 불 때 같이 가던 친구가 바람에 날아가 버린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급하다.
개미 가족은 떠날 채비를 끝내고 마지막 점검을 하며 개미 식구들에게 서두르라고 한다.
얘들아.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야.
어디 가는데요?
응, 가을이 오면 우리는 땅속에서 잠을 자면서 봄을 기다려야 한단다.
아직 춥지 않은데요? 더 있으면 안 돼요? 졸리지 않아요.
엄마도 가기 싫어. 그래도 늦기 전에 떠나야 해.
안 그러면 우리는 추워서 얼어 죽고 말 거야.
친구들과 더 놀고 싶은데 며칠만 있다가 가요.
안돼. 어제 사람들이 올해는 겨울이 일찍 온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어. 벌써 사람들이 추워서 웅크리고 다니잖아. 어서 준비해라.
네. 엄마. 얼마 동안 잠을 자야 하나요?
4월까지 춥고 눈이 오니까 그때까지 자야 할 거야.
그렇게 오랫동안요?
그럼 친구들은 어디로 가나요? 친구도 잠을 자나요?
그럼, 세상에 있는 개미들은 모두 겨울에는 잠을 자야 해. 바깥세상은 너무 추워서 땅속에서 겨울을 나야 한단다.
네. 알았어요. 준비할게요.
개미 가족은 겨울이 다가오는 것이 무섭고 두려웠지만 봄을 만나려면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아는 꿀벌이 지나가다 개미집에 들려말한다.
얘, 개미야. 추워지기 전에 떠난다고?
응, 꿀벌아. 이제 곧 추워지는데 가야 해.
여름에 꿀을 모으려고 바빠서 너와 놀지도 못했는데 네가 가야 한다니 서운하다.
맞아. 나도 여름 내내 정신없이 일만 했어.
개미야. 그럼 우리 떠나기 전에 다른 친구들과 파티를 하면 어때?
파티?
응. 이대로 헤어지면 내년 봄에 만날 텐데 떠나기 전에 멋진 파티를 하자.
좋은 생각이야. 안 그래도 애들이 서운해서 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 잘 됐다.
너희 애들과 우리 애들이 맛있는 것을 먹으며 재미있게 놀면 좋은 추억이 될 거야.
개미와 벌은 집에 모아둔 음식을 꺼내고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파티를 하며 고맙고 서운한 마음으로 꿀벌과 이야기한다.
네 덕분에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서 너무 행복해.
나도 좋아. 겨울이 다가오고 추워지면 못 만나니까 보고 싶을 거야. 어제 친구를 만났는데 올해는 아주 추운 겨울이 될 거라고 걱정을 하더라.
나도 그렇게 들었어. 올해는 땅속 깊은 곳으로 가서 겨울잠을 자야 할 것 같아. 작년에는 겨울이 따뜻해서 별로 고생 없이 지냈는데 걱정이야.
너무 걱정하지 말아. 개미야. 어떻게든 견딜 수 있을 거야.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너는 겨울에 떠나지 않아도 되지?
우리를 돌봐주는 사람이 정성을 다하여 따뜻하게 해주고 있어. 여름처럼 세상을 날아다닐 수 없지만 겨울에 해야 할 일을 하면 되지.
다행이야. 겨울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네가 부럽다.
우리도 누군가가 우리를 돌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너무 걱정하지 마. 겨울잠을 자고 나면 기운이 생겨 내년에는 더 강해질 거야.
그렇긴 해. 여름에 날이 너무 더워서 땀이 많이 나고 가물어서 목이 말라 고생을 많이 했어.
사는 게 뭔지 문제없는 날이 없어.
여름에 말벌이 사는 동네를 지나는데 사람들이 독한 약을 뿌려서 말벌을 죽이는 것을 봤어.
우리 같은 꿀벌들을 잡아먹는 말벌이 없어야 우리가 잘 살아갈 텐데. 지난번에 말벌 떼가 우리 꿀통을 떼로 습격해서 내 친구들이 많이 죽었어.
그랬구나. 개미들이 햇볕을 쬐기 위해 밖으로 나와 기어 다니는데 사람들이 마구 밟아서 엄청 죽었단다. 우리가 살던 곳에 땅이 좋아서 아이들하고 온 가족이 신나게 놀고 있는데 집주인이 약을 뿌리고 뜨거운 물을 퍼부으며 우리를 죽이려고 했어. 얼마나 뜨겁고 숨이 막히는지 부리나케 도망가서 간신히 살았단다.
어머나. 너무 고생했구나. 아이들도 죽고 친구들도 죽어서 얼마나 속이 상했니?
응. 지금 생각해도 너무 슬프고 죽은 친구들이 많이 보고 싶어.
말도 말아. 개미야.
몇 년 전에, 말벌이 이파리가 무성한 앵두나무에 집을 지었는데 집주인이 그것을 알았어.
주인이 약을 뿌리고 벌집을 뜯어냈는데 화가 잔뜩 난 말벌이 집주인을 쏘려고 막 쫓아가더라.주인은 벌에 쏘이지 않으려고 도로로 도망치고 난리 났었어. 말벌이 화가 나니까 정말 무섭더라. 사람들은 나 같은 꿀벌은 죽이지 않고 살려주는데 말썽 부리는 말벌은 보는 대로 죽여. 사람들이 바비큐를 하면 식탁으로 몰려가서 방해를 하고 심술스러운 말벌이 사람들을 침으로 쏘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주 싫어해. 우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꿀을 모아 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우리를 보호해 주는 거야.
우리는 사람들에게 나쁘게 하지도 않는데 왜 죽이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땅속에 긴 굴을 파고 살아. 여차하면 굴을 따라 도망가야 하거든.
세상에. 너희들도 힘들게 사는구나.
응, 사는 게 점점 힘들어. 춥고 더운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갑자기 약을 뿌리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견디지 못하고 죽어.
그래도 땅속은 안전하잖아. 겨울에 추운데 떨지 않아도 되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잖아.
그래서 이제 떠나려고 하는 거야.
추워서 어디 있을 곳도 없고 마땅히 갈 데도 없어.
사람들이 개미를 연구한다고 사육장에 데리고 가는데 거기서도 겨울에는 잠을 자게 한대. 아무래도 개미를 연구하려면 개미가 하는 대로 놔둬야 하겠지.
얼마 전에 사육장에서 빠져나온 개미 친구가 말해서 알았어. 세상에 못 살 곳이 개미 사육장이라더라.
그래? 이제는 사람들이 별것을 다하는구나.
작은 개미 몇 개를 가둬놓고 이것저것 하는데 사람들이 잠깐 문을 열어놔서 도망 나왔는데 다시는 가고 싶지 않고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산다더라. 사람들 등쌀에 못살겠어.
그렇구나. 힘들겠다.
요 몇 년 사이에 지구온난화로 많은 꿀벌이 죽었어. 지구가 오염되고 너무 뜨거워 꿀벌이 자꾸 없어져서 사람들은 우리를 살리려고 해.
다행이야. 겨울에 춥지 않게 해 주고 사람들한테 사랑받으며 사는 네가 정말 부럽고 너 같은 친구가 있어 너무 행복해.
나도 그래. 네가 떠나서 서운하지만 봄이 오면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좋아.
아기 개미들은 친구들과 노느라고 바쁘다.
애들아, 이제 그만 놀고 가야 해.
더 놀고 싶어요.
너무 늦으면 땅이 얼어서 가기 힘들어.
일찍 준비하고 가서 편안하게 있자.
안 가면 안 돼요?
찬바람이 불어오면 우리는 얼어 죽어.
네. 알았어요. 엄마.
친구야. 이제 우리는 가봐야겠어.
먼 길을 가야 하니까 준비가 만만치 않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까지 잘 있다가 반갑게 만나자.
그래. 땅은 아직 얼지 않았으니 가는 길이 수월할 거야. 여름에 파놓은 굴을 따라가면 따뜻한 곳에 갈 수 있어.
잘됐다. 너는 여름에도 겨울을 대비하고 있었구나.
응, 해마다 여름에는 겨울을 생각하고 살아야 해.
너는 참으로 현명하구나.
겨울에 길 떠날 필요가 없는 나는 매일매일 꿀만 모으고 살아. 어떤 때는 나도 너희들처럼 겨울잠을 자고 싶기도 해. 여름 내내 꿀을 찾으러 다니다 보면 안 아픈 데가 없어.
그러게 말이야. 사는 것이 쉽지 않아.
겨울 동안 몸조심하고 잘 지내. 내년 봄에 꼭 다시 만나자.
안녕, 개미야.
잘 있어. 꿀벌아. 네가 송별식을 해주어서 너무 행복해.
준비를 마친 개미들은 하나둘씩 땅으로 들어간다.
개미가 떠난 들판은 너무나 쓸쓸하다. 꿀벌은 개미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일을 하며 봄을 기다리며 개미가 다시 오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