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있어 행복하다

by Chong Sook Lee



눈이 멈춘 하늘은 맑고 상쾌하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은

그야말로 산천을 하얗게 덮어버렸다.

그동안 추워서 집안에 갇혀 지냈는데

날이 풀려서 숲을 찾았다.

눈 내리기 전에 보았던 모습이 하나도 없고

계곡과 산이 겨울옷을 입고

우리를 환영하는 듯 손짓을 한다.

겨울이 오랫동안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하나도 낯설지 않다.

산책길은 눈으로 덮여있고

언제 적부터 누워있는 나무들 위에

눈이 하얗게 쌓여있다.

한동안 못 본 산책길이

더없이 정겨운 모습이다.

바람은 차지만 햇볕이 따뜻해서

걷는 동안 전혀 춥다는 생각이 안든다.

차도를 벗어나 계곡으로 들어서니

바람도 없고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밤기온이 차서 여러 군데 얼음이 밟혀

미끄러질 뻔했지만

나름대로 산책길이 깨끗하게 정비되어

전혀 불편함을 못 느낀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바라보고

쭉쭉 뻗은 나무들이 멋들어지게 서있고

산책 나온 개들은 좋아라 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신나 한다.

길을 따라 한가로이 숲 속을 걸으니

“좋다. 참 좋다.”를 연발하며

한 발짝씩 걷는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석양이

빨갛게 익어가고

해가 곧 넘어갈 듯해서 오던 길로 돌아간다.

숲 속은 깜깜해지면

방향감각을 잃기 쉽기 때문에

서둘러 내려가야 한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

숲 속은 비슷비슷해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들어왔던 길을 지나쳐

엉뚱한 곳에 데려다 놓는다.

겨울 산이라 인적이 드물지만

겨울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혼자 운동하러 나온 사람도 있고

개를 데리고 산책하기도 하고

두리번거리며

이곳저곳을 구경하기에 바쁘다.

가까운 곳에

이처럼 좋은 곳이 있어서

시간이 될 때마다 찾아온다.

산책길을 벗어나니

칼바람이 얼굴을 떼어갈 듯 불어댄다.

나무들이 빽빽한 숲 속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던 바람이다.

아마도 산짐승들이

추운 겨울을 산속에서 지낼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걷는 동안 기쁨을 만끽하게 만들어준 숲에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집을 향해 바쁘게 걸어본다.

춥지만 겨울이 있어 행복하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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