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와 야옹이의 오후

by Chong Sook Lee


골목길을 급하게 달려오던 생쥐가 뒤뜰에 앉아 있는 고양이 앞에 선다.


생쥐야. 너 뭐 하려고 그래?

저기 사과나무 위에 로빈이 집을 지었는데 알이 몇 개나 있는지 보려고 하는 중이야.

내가 얘기했잖아. 그러지 말라고.

알아. 나는 그냥 보려고 그래.

정말? 지난번에 네가 새집을 망가뜨린 것을 내가 모를 줄 알고?

그건 내가 철이 없을 때 이야기야. 다시는 그런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아.

너 정말이지? 다시 한번 그런 못된 짓을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그럼, 다시는 나쁜 짓 안 해. 그런데 너는 어디를 급하게 가는 거니?

응, 저기 보이는 파란 지붕 집에서 오늘 큰 잔치를 한대. 우리 가서 영양보충 좀 하자.

요즘에는 인심이 예전만 못해서 배가 고파.

사람들이 경기가 안 좋아지니까 음식물을 아껴서 우리 차례까지 오지 않아.

너도 그걸 눈치챘구나. 나도 요즘에 길거리에 걸어 다닐 때, 사람들이 눈길도 안 주고 휙 지나가서 이상하게 생각했어. 알고 보니 세상 물가가 많이 올라서 모두 심각한가 봐.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오늘 저 집에서 사람들이 모이니까 먹을 것이 많이 있겠지?

그런데 날이 추워서 사람들이 집안에만 있을 텐데 음식을 어떻게 꺼낼지 걱정이야.

그거야 문제없지. 창문 가까이에서 네가 서성이며 '야옹, 야옹' 몇 번 하면 되지.

그럼 너는 어디에 있을래?

나는 저 층계 앞에 쏙 들어간 곳에 숨어 있을게. 네가 맛있는 것을 조금만 가져다 주렴.

내가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많이 안 먹어.

어제저녁을 안 먹고 자서 지금 배가 많이 고파.

너같이 마른 쥐가 웬 다이어트?

나도 나름대로 문제가 많아. 보기에는 말랐어도 은근히 속살이 쪘거든. 특별히 아픈 데는 없지만 조심해야지. 아프면 나만 손해잖아.

맞는 말이야. 나야말로 체중조절을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아.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니까 살만 찌는 것 같아.

그래도 너는 팔다리도 길고 몸통도 크니까 어느 정도는 살이 쪄야 보기 좋지.

그렇긴 해. 너보다는 훨씬 크지만 살이 쪄서 몸이 무거워. 너와 달리기를 하면 나는 매일 너에게 지잖아.

어? 저기 사람들이 바깥을 쳐다보며 얘기를 한다. 어서 빨리 가봐.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어머. 고양이가 왔네? 어쩜 저렇게 털이 곱고 예쁠까? 눈 봐. 회색 눈동자가 정말 매력적이다."

그러게. 어느 집 고양이인지 정말 예쁘네.

어쩌다 한 번씩 보는 고양이인데 어떤 때는 화단에 있는 마른 흙에 똥을 누고 흙으로 살짝 덮어놓고 가서 얄미워. 그래도 고양이가 있으면 생쥐는 얼씬 못해서 좋아.

어머 정말? 다행이다. 요즘 고양이는 쥐를 무서워한다는데 쥐가 고양이를 보고 도망간다니 좋다.

응, 그거는 좋아. 그래서 어쩌다 오면 먹을 것을 주는데 똥을 누지 말았으면 좋겠어.


야옹아, 너 뭐 하고 있어. 나 지금 너무 배가 고파.

응, 알았어 생쥐야. 잠깐만 기다려.


집안의 사람들이 창밖을 보며 속삭인다.


"야옹, 야용"

고양이가 배가 고픈가 봐. 안 가고 계속 쳐다보고 있어. 뭐라도 좀 주자.

그래. 상위에 잘라놓은 치즈 쪼가리 몇 개 던져줘.

그리고 작은 그릇에다 생선 조금 하고 땅콩버터도 좀 주고. 지난번에 그렇게 주니까 잘 먹더라.

응, 알았어. 고양이가 예쁜데 우리 집으로 데리고 들어오면 어떨까?

안돼, 누구네 고양이인지 모르는데…

잠깐 만져보고 싶어.

그럼 나가서 먹을 것 주면서 한번 쓰다듬어 주고 와.


생쥐야. 너 사람들 눈에 안 띄게 가만히 숨어 있어. 지금 사람들이 내 얘기하는 것 같아.

알았어. 기다릴게.

누가 나오는 소리가 들려. 숨어.


"야옹, 야옹"

응, 야옹이 왔니? 배고파서 왔구나.

"야옹, 야옹"

어쩌면 너는 이렇게도 예쁘니. 털도 부드럽고 눈도 참 예쁘게 생겼다.

'야옹, 야옹"

너 많이 배 고프지? 여기 먹을 것 많이 가져왔으니 맛있게 먹어.

"야옹, 야옹"


생쥐야. 사람들이 내가 먹는 것 보고 있으니까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먼저 치즈 하나만 갖다 줘. 나 지금 쓰러질 것 같아.

여기 있어. 생쥐야. 많이 배고프지? 어서 먹어. 치즈 먹고 있으면 땅콩버터도 가져다줄게.

응. 너 방해하는 쥐가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혼내줄 테니까. 지난번에 내 친구들이 너를 괴롭혀서 미안해.

괜찮아. 네가 내 옆에 있어서 나는 너무 든든해. 나는 쥐가 무서웠는데 너는 괜찮아.


집에서 여자 하나가 나온다.


"야옹야옹"

응, 너 다 먹었구나. 나중에 또 와. 맛있는 거 줄게.

"야옹야옹" 나 아직도 먹고 있는데요.

이제 그만 먹고 가라. 참 예쁘다.

치즈 하나 하고 생선만 먹었구나. 다음에는 생선만 줘야겠어.

"야옹, 야옹" 가져가지 말아요. 천천히 먹는 거예요.

응, 다 먹었다고? 배가 부르다고? 알았어.

이제 그만 가서 놀아.


생쥐야. 너 보고 있었지? 너에게 주려고 남겼는데 그냥 가져갔어.

알아. 나도 봤어. 그래도 네가 가져다준 치즈로 배고픈 건 면했어. 고맙다. 야옹아.

나는 오늘 친구와 만나서 길 건너는 연습을 하려고 해. 지난번에 친구 하나가 길을 건너다 지나가는 차에 치어서 죽었거든.

어머. 정말? 안 됐네.

응. 그래서 친구와 같이 길을 한번 건너 보려고 해. 옛날에는 차들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엔 차가 많아졌어. 주말이라서 그런지 거리가 복잡해.

그거 좋은 생각이야. 우리 친구들도 멋모르고 지나가다 죽은 친구들이 부지기수야. 나도 너희들과 같이 길 건너는 연습을 해야겠다.


조심해라. 양쪽을 보고 건너야 해. 내가 먼저 가서 친구를 만나서 건너갈 테니까 너는 우리 뒤에 따라오면 돼.

응. 아니야. 나도 내 친구들과 연습하고 바로 갈게.

고양이: 그래. 학교 운동장에서 만나자.



생쥐는 친구와 학교 운동장으로 빨리 뛰어가서 야옹이를 기다리도 있다.


어? 너 벌써 왔어?

그럼, 너도 알잖아. 내가 얼마나 빠른데.

얘는 내 친구야. 너도 어쩌다 길에서 본 적 있을 거야.

응. 너구나? 우리도 친해.

그래? 넌 쥐가 어떻게 고양이하고 친하니?

어, 지난번에 추운 날, 얘네 집주인이 문을 잠그고 나가서 늦게 들어올 때 고양이가 밖에서 울고 있었어. 그래서 내가 따뜻한 곳을 가르쳐주었어.

어. 그랬구나. 너는 정말 착한 쥐야.

너와 함께 있으면 나는 괜히 행복해져.

고마워. 고양이들이 날 잡으려고 해서 늘 도망 다녔는데 너희들 같이 좋은 고양이도 있다는 것을 알았어.

세상이 많이 변했어. 이제 쥐를 잡는 고양이가 점점 줄어들어. 따뜻한 집안에서 식구들에게 애교만 부리면 되는 세상이야. 이젠 쥐 잡는 법도 잊어버려서 쥐를 보면 도망가.

사람들이 고양이가 쥐를 잡는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옛날이야기야. 나는 세상에서 쥐가 제일 무서워.

쥐들은 갑자기 나타나서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달리기는 엄청 빨라. 요리조리 왔다 갔다 하는데 깜짝깜짝 놀라. 지난번에 뒤뜰에서 서성이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생쥐가 차고 안으로 쏙 들어가는 게 보였어. 조금 있으니까 집주인이 쥐덫에 걸려 죽은 쥐를 쓰레기통에 버리더라. 어찌나 무서운지 단숨에 집으로 도망쳤어.

그래. 요즘에 우리 친구들이 많이 없어져.

오며 가며 사람들이 놓은 쥐덫에 잡혀서 죽는 것 같아.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가만히 집에 있으면 굶어 죽으니까 나와서 돌아다니는 거지.

다행히 운동장에는 먹을 게 많아. 아이들이 먹다가 버리는 게 많아서 종종 이곳으로 온단다.

우리도 그래. 여기 오면 먹을 것도 많고 구경거리도 많아. 놀이터에서 아이들 노는 것 보면 재미있어.

저기 보이는 작은 구멍이 내가 사는 곳이야.

언제라도 환영해. 너와 놀고 있으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

그래. 생쥐야. 다음에 또 만나서 같이 놀자.


생쥐는 구석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들어가고 고양이들은 각자의 집을 향해 걸어간다. 따스한 햇살이 그들의 등에 내려앉는다.


(이미지출처: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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