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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둘이라면

by Chong Sook Lee



몸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던

지난날이 기억난다

일을 해야 하고

아이들을 돌봐야 하고

공부를 하던 때

몸이 모자라서

잠을 덜 자며 할 일을 했다

세월이 가고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은 다 커버렸고

공부도 안 해도 된다

그런데도

몸이 두 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딸의 산후조리를 위해

집을 떠나는데

집에 남아 있는 남편이

자꾸 걸린다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짐이 된다고

집에 있겠다고 한다

아빠가 할 일은 없다지만

내가 힘들 때

옆에서 거들어주면 좋을 텐데

그냥 집에 있겠다고 하는 남편의

말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엄마와 딸이 정다운 시간을

갖게 하려는 남편의 배려인데

왠지 나 혼자 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럴

몸이 두 개라면 좋을 텐데

아기 낳고 힘들어하는

딸 생각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급하게 가긴 가야 하는데

몸은 딸과 같이 있고

마음은 남편과 함께 해야 할 것 같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산후조리 없이 아이 셋을

어떻게 낳아 길렀는지

이제와 생각하니 기적 같다

세월이 가고

세상은 변한다

남자들도 유튜브를 보며

음식을 해 먹는 세상이니

하나만 생각하자

이번에는 딸차례

다음에는 남편차례

순서대로 살아야 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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