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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산다

by Chong Sook Lee



오고 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어딘가를 가고

어딘가에서 오고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와 헤어지며

기쁨과 슬픔의

해후가 엇갈리고

또 다른 삶을 이어간다


인연이 이끄는 대로

가고 싶어 가고

오고 싶어 오고

어쩔 수 없이 가고

수 없이 온다


더러는 누군가와 동행을 하고

더러는 쓸쓸히 혼자서

오고 간다

대화가 없어진 세상

동행자가 있어도

온라인을 떠돌며

이리저리 오고 가고

보이지 않는 삶을 영위한다


말하기보다

채팅으로 소통하는 사람들

동행은 동행이 아니고

고독은 혼자가 아니다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살고 나누며 이해하는 세상


같이 있어도 외롭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희한한 세상에 산다

책을 읽는 사람이

손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없어지는 세상


언제 손글씨를 써 보았는지

기억이 없다

인공지능이 판치는 세상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명령을 할 것이다


사람은 오고 가는데

전화기를 손에 든

로봇이 앉아 있다

말도 없이

손가락만 움직이는 로봇들

인간인지 로봇인지

구분이 안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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