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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기 좋은 날

by Chong Sook Lee


하늘이 맑고 푸르다

어젯밤에 살짝 내린 눈이

파란 잔디 위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세상에 태어나기

참 좋은 아침이다

신호가 오고

통증과 잔잔함이

오락가락하며

시간이 다가온다


세상 구경을

며칠 일찍 하고 싶은지

손주가 나오려고 한다

배가 아프고 팽창한데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궁금하고

겁나고

두렵지만

너무너무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스러운 너를

조용히 기다린다


나올 때가 되면

나오리라

아기도

생각하는 것이 있으니까

아기에게 맡겨야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어서 나와서

엄마 아빠를 만나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자꾸나

외삼촌들과 외숙모들도 만나고

사촌들을 만나려무나


온 세상

모두모두 너를 기다린다

세상에 태어나기

참 좋은 날이다

엄마 너무 고생시키지 말고

얼른 나와서 만나자

사랑스러운 손주야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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