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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소망

by Chong Sook Lee



구름이 하늘을 덮고

눈도 아니고

비도 아닌

진눈깨비를 뿌린다


바람 따

내리는 진눈깨비는

땅에 닿자마자

물이 되고

길을 따라 흐른다


떠나기 싫은

심술쟁이 겨울로

오던 봄이

소스라쳐 놀라

어디론가 숨는다


양지쪽에 피어나는

이름 모를 꽃

추위에 파르르 떨며

고개를 숙인다

야무지게 불어대는

꽃샘바람


아무리 그래도

봄은 오고

겨울은 떠난다

구름 때문

해가 보이지 않아도

바람 때문

봄이 오기 힘들어도

나무는 싹을 틔우고

잔디는 파랗게 자란다


기다림은

막연하지만

간절한 마음에

소망을 가져다준다

만남을 위한 고통은

까맣게 잊히고

찬란한 환희가 되어

눈부신 봄처럼 돌아온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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