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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단 하나뿐인 엄마김밥
by
Chong Sook Lee
Mar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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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세월보다 빠른 것도 많겠지만
생각할수록 빠른 게 세월이다.
산후조리를 해주러 온다고
두렵고 설레었는데
이곳에 온 지 한 달이 되고
태어난 손자는 3주가 넘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방을 둘러보는
까만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만질 수도 없이 작았는데
그동안 무척 자랐다.
잠투정도 하고
젖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신경질도 부린다.
기저귀가 젖으면
목을 놓아 울기도 하며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이
그저 예쁘고 신기하다.
산모도 많이 회복하며
내가 집으로 가는 날이 가까워진다.
산후조리 한 번도 못 받아보고
세 아이를 낳고 기른 나로서는
딸의 산후조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연했는데 닥치면 한다는 말처럼 잘 지나갔다.
엄마가 가는 날이 오니까
딸은 엄마 가기 전에
김밥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한다.
김밥 재료는 있는 대로 찾아서
만들면 되기 때문에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찾아본다.
단무지와 계란이 있고 당근과
간 소고기가 있다.
녹색 채소가 없지만 있는 재료로 한다.
일단 계란 4개에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하여 프라이팬에 계란 지단을 만든다.
당근은 채를 얇게 썰어 볶는다.
간
쇠고기를 불고기양념을 하여 볶는다.
김을 살짝 구워서
김한장에
소금과 참기름을 넣고 간을 한 밥을
얇게 펼쳐서 놓는다.
펼쳐놓은
밥 위에 준비해 놓은 재료를
차례로 얹어서 김밥을 만다.
말아놓은 김밥을 알맞은 크기로 잘라서
접시에 담는다.
음... 엄마. 맛있어. 정말 엄마 김밥은 예술이야.
특별한 재료를 넣지 않아도
엄마가 만들어서 맛있다는 딸이
맛있게 먹는다.
딸아, 김밥이
먹고 싶으면 만들어 먹어.
재료도 간단하고 만들기도 쉬워.
알아. 엄마. 그냥 엄마가 만들면
모든 것이 다
맛있어. 내가 만들면 엄마 맛이 안나.
세상에 딱 하나뿐인 엄마김밥이야.
엄마 맛이 별거니?
그냥 있는 것 집어넣어서 싸면 김밥이야.
응. 그래서 특별해.
아무거나 넣고 만드는데도 맛있어.
초록색이 없는데도 예쁘고 맛있어.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맛있는 엄마김밥이
세상에서 최고야. ㅎ
그렇다고 말하니까 기분이 좋다.
언제든 김밥 먹고 싶을 때 말만 하면
요술지팡이같이 금방금방 만들어줄게. 하하하.
엄마. 다음에 김밥 먹고
싶을 때
엄마가 와서 또 만들어 주면 되잖아.ㅎㅎ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엄마 김밥이야.
세상이 좋아져서
비행기로
한 시간 반이면
딸네집에
온다.
내일이면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어젯밤에
누워서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손자얼굴이 눈에 선하였다.
가기 전부
터 그리운 손자.
이
제 백일날이나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보고 싶다.
다음에 딸이
먹고 싶은 김밥을
만들어준다는 핑계로 라도 다시 와야겠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엄마 김밥이라는
딸의 칭찬이 나를 춤추게 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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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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