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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들의 잔치

by Chong Sook Lee



벚꽃이

꽃봉오리를 터트리며

벚꽃 잔치를 합니다


며칠을 벼르며

필까 말까 망설이다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세상 구경을 나옵니다


성질 급한 꽃들이

하나 둘 앞서서 피더니

이제는

너도 나도

앞을 다투며 피어납니다


먼저 핀 꽃이

먼저 떨어진다고

벌써

땅에 떨어진 꽃들도 많습니다


떨어질 줄 모르고

먼저 폈다가

꽃샘바람 심술에

며칠 살지도 못하고

떨어져 버린 꽃들


바람에 날리고

사람들 발길에 밟히고 채여도

후회 없이 피었다가

미련 없이 갑니다


피었기에 지는 것이

세상의 진리이고

왔으면 가는 것이

생명의 길입니다


기다리고 그리워하며

원 없이 사랑하고

살다가는 것

자리를 내주고 사라지면

기억조차 없어도 좋습니다


먼저 핀 꽃은 지고

피지 못한 꽃이 피어날 때

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것들이

자리를 차지합니다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이

흥겨운 잔치를 합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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