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러운 날씨다. 가벼운 여름옷도 더워서 찬 음료수를 마시며 응달을 찾아다녔는데 어젯밤부터 서늘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 아침에는 춥다. 백 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이 삼일 만에 언제 더웠느냐는 듯이 정상적인 봄날씨로 돌아왔다. 여전히 핸드폰에는 긴급뉴스가 뜬다. 자꾸만 번지는 산불로 인해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리고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사람들은 망연자실한다. 몇몇 곳은 내가 사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하늘로 치솟는 연기가 보이고 속보로 현재 상황을 알려 주어 더욱 안타깝다.
바짝 마른 자연이 순식 간에 새까맣게 탄 재로 변한다. 빨리 비가 와야 하는데 하늘은 여전히 청명하다. 비가 온다는 소식은 있어도 언제 얼마만큼의 비가 올지 모른다. 진화 작업이 어려워 다른 주의 도움을 받는 상황이다. 해마다 봄에 발생하는 무시무시한 산불로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도 자연이 하는 일을 모른다. 태풍이 불고, 폭우가 오고, 폭설이 와도 인간은 막을 길이 없다. 이곳은 가뭄과 폭염으로 산불이 나는데 동부에 있는 퀘벡에는 물난리로 몸살을 앓는다. 며칠 동안 내린 비로 동네 전체가 물에 잠기고 사람들은 대피한다.
물이 필요한 곳에는 비가 안 오고, 바람이 필요한 곳에는 비가 내린다. 사람들이 고통스러워라는 것을 보면 하늘이 무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째서 지구가 이지경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전쟁과 기아가 계속되고 전염병과 자연재해로 세상이 뒤범벅이 된다. 세상이 좋아져 살기는 편해졌는데 더 복잡하다. 사기는 교묘해지고 남을 죽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 슬프다. 선하고 도덕적인 영화보다 악랄하고 잔인한 영화가 인기가 있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을 선호한다.
파괴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을 상상하다 보면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세상이라고 절망하다가도 이런 긴급상황에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을 보면 희망이 생긴다. 자연재해를 입은 이들을 돕기 위한 손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기부금과 물건들이 그들의 슬픔을 대신할 수 없겠지만 집을 잃고 전재산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간사하다. 잠깐 방문한 여름날씨가 너무 덥다고, 여름이 너무 빨리 왔다고 불평했는데 갑자기 되돌아간 봄날씨는 너무 춥다. 조금 더우면 덥다고, 조금 추면 춥다고 엄살을 떨며 만족할 줄 모르는 우리네 인간들이다. 아침에 청명하던 하늘에 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덮고 바람이 세게 불어온다. 세찬 바람을 타고 불길은 더 심해지고 번질 텐데 걱정이다. 화재가 난 곳에 간절한 비는 언제쯤 올는지 막연하다.
하늘을 덮고 있는 구름이 비를 몰아오고 끝없이 번지는 산불이 잠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인간은 자연을 통제하려고 노력하지만 자연은 자연이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계절이 오고 가고, 꽃이 피고 지고, 열매를 맺고 익힌다. 인간의 노력으로 쉽고 맛있게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지만 자연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다. 자연의 순환에 감히 손을 댈 수 없다.
무서운 파도가 밀려오고, 산사태가 나고, 홍수와 가뭄이 드는 것은 자연이 만들어낸 현상이기에 어쩔 수 없다. 간절하면 통한다고 한다. 비가 너무 와서 고통받는 수재민들에게 비가 멈추고 바람이 불어 비에 젖은 모든 것을 말리고, 불이 난 곳에는 바람이 멈추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홍수가 나고 불이 나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간다. 봄을 맞아 나무에는 새싹이 피어나고 땅에는 식물이 자란다. 너무 더워서 목말라하던 꽃들이 자기 생기를 되찾고 있다.
때가 되면 자연히 해결될 일이지만 인간은 안절부절못한다. 계절이 늦게 오고 왔다가 바로 가는 것 같아도 할 일을 한다. 세상만사 자연을 대하듯 하고 이해를 하면 되지만 인간이기에 조급해한다. 자연을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인간을 보며 자연은 가소롭다고 할지도 모른다. 가야 할 길을 찾아가는 자연처럼 순리대로 살고 싶다.
뒤뜰에 있는 앵두나무에 연분홍색 앵두꽃이 하나둘 피어난다. 해마다 피지 않을 듯이 내숭을 떨다가 한꺼번에 후다닥 피는 앵두꽃인 줄 알면서도 언제 필까 오며 가며 눈총을 준다. 벌 한 마리가 앵두꽃을 찾아와 어디에 앉을까 빙빙 돈다. 꽃이 필 때 비가 오면 꽃이 일찍 떨어져 아쉽지만 어서 빨리 비가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