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되어, 바람이 되어

by Chong Sook Lee


바람이 불더니
비가 옵니다
유리창을
세차게 두드리며
땅으로 떨어지는 비
오랜 기다림 뒤에
찾아오는 비는
금세 멈춥니다

바람은
오는 비를
어디론가 보내고
따스한 봄을 기다리던
앵두꽃은
벌을 기다리며
파르르 떨고 서 있습니다

기다림은 희망 속에
피어나는 아픔
타오르는 그리움에
망각의 꽃이 되어도
하늘을 향한 마음은
버리지 않습니다

죽음을 향하는 것을
알면서도 살고
지기 위해 피는
고통을 견디는 것은
삶의 희열 때문입니다

길어야 백 년

살다가는 우리네
겨우 열흘

피었다 지는 꽃들이지만
세상을 보고 가는
기쁨 무엇과도

바꾸지 않습니다

계절처럼 오고 가며
만나는 인연
비가 되고
바람이 되어
그리움의 꽃이 피고
기다림 속에
사랑의 꽃이 핍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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