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손길

by Chong Sook Lee


피고 싶어
피는 꽃도 없고
지고 싶어
지는 꽃도 없습니다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도 없고
세상을
떠나고 싶어
떠난 사람도 없습니다

해가 뜨고 저물고
달과 별이
뜨고 지듯이
그냥 피었다가 지고
시간을 다한 생명들은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질 뿐입니다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나고
계절이 오고 가고
나뭇잎이 나오고
단풍이 들고
낙엽이 되는 것은
자연이 할 일을 하는 것

인간도 동물도
자연의 하나이기에
자연의 순환을 따라
오고가는 것입니다

나오는 시간도
사라지는 시간도
자연이 정하기에
때를 알 수 없습니다

꽃이 피듯이
세상에 나오고
꽃이 지듯이
세상과의
인연은 끝이 납니다

자연은
때를 알아
세상만물을
보내고 거두어들입니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도
보내고 거두는
자연의 손길을
멈추지 못합니다

피고 지는 꽃처럼
오고 가는 인생처럼
세상은 돌고 돌며
자연이 하라는 대로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살아가는 것

바람은
불고 싶어 불지 않고
구름도
흘러가고 싶어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자연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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