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을 아는... 자연의 힘

by Chong Sook Lee



빨간 해가 떴다. 산불 때문에 하늘이 온통 연기로 가득하여 어두운데 빨간 해가 떠 있는 게 보인다. 산불이 2 주간 계속되어 연기 냄새가 심하게 난다. 고온에 바람까지 불어 좀처럼 불길이 잡히지 않는다. 긴급상황을 선포하고 대피령이 내려 지역 사람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연은 정말 냉정하다. 탈것이 없어 보이는 땅속 깊은 곳에 잔불이 남아 있어 한없이 퍼져나간다. 오랫동안 이어지는 산불로 사람들은 지쳐간다. 산불을 대피해서 집을 나온 사람들은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 일상을 되찾고 싶어 지만 돌아갈 집이 없다. 다 타버린 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참담한 심정을 무어라 말을 못 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진화작업에 전념하는 소방대원들의 지쳐있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몇 날 며칠을 불과 싸우며 생사를 오가야 하는 그들이 너무나 고맙고 미안하다. 앨버타에서 100여 곳에서 불이 났는데 그중에 3분의 1은 아직도 통제 불능의 상황이다. 미국을 비롯하여 각 주에서 도움을 주지만 여전히 심각하다. 인간의 힘으로는 계속되는 무서운 화마를 막을 길이 없다. 지구 온난화로 가뭄이 계속되어 고열과 고온의 날씨가 세상을 휘젓는다.


폭우와 폭설과 폭풍과 폭염이 번갈아 지구를 덮친다. 지진이 생기고 화산이 폭발하고 전쟁과 전염병이 끊이지 않는다. 구제역이 발생하여 수많은 동물을 살처분하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한없이 치솟는다. 사람들은 못살겠다고 데모를 하고 정치인들은 정권에 눈이 멀어 서로를 헐뜯고 깎아내리기 혈안이 되어 싸운다. 국가의 빚은 많아지고 세금이 오르고 월급은 오르지 않고, 힘든 일은 하기 싫어한다.


하루 세끼 배불리 먹는 것으로 행복해하던 것은 옛날이야기다. 틈틈이 여행을 다녀야 하고 취미 생활을 해야 하고 문화생활을 해야 한다. 돈이 없어서 카드빚을 대출해서 갚아도, 당장 내일 쓸 돈이 없어도, 축제에 가서 인생을 즐겨야 하는 세상이다. 먹을 거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고 헐벗어도 희망을 가지고 살던 시대는 끝나고, 헌신과 희생은 어리석다는 시대가 되었다. 이기와 독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세상이 점점 험악해져 가고 약삭빠른 사기꾼들은 점점 악랄한 방법으로 선량한 사람들의 돈을 갈취한다. 욕심 때문에 속고, 속는 사람이 있기에 사기꾼은 늘어나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간다. 불경기라고 하는데 관광지에는 사람들이 물밀듯이 몰려든다. 돈이 없다고 해도 놀러 다니고, 식당에는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뉴스를 들으면 못 살 것 같은데 관광지를 보면 호경기다.


연기로 세상이 뿌옇다. 불이 빨리 진화되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무심한 바람은 사람들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심하게 분다.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한다. 부족한 것을 불평하기보다 가진 것에 만족하면 좋은데 쉽지 않다. 세상은 좋아져서 그리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 웬만한 일은 기계가 하는 세상이다. 그릇은 세척기가 닦아주고 빨래는 세탁기가 해준다. 로봇 청소기가 집안 곳곳을 다니며 청소를 해주고, 잔디는 로봇이 들판을 돌아다니며 깎는다.


이제는 인공지능의 능력이 상상이상이 되는 현실이다. 감정이 들어가지 않는 일은 무엇이든지 한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능력이 나날이 발달하지만 자연 앞에서는 무능하다.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발전하면서 인간은 고민에 빠진다. 인공지능으로 인하여 없어지는 직업이 많아 실업자가 늘고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를 걱정한다.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듯이 무한한 것 같아 보이는 인공지능의 능력도 한계가 있다.


자연은 신비롭다. 자연만의 순환이 있어 인공으로 비를 내리거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없기 때문에 산불이 나면 비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아무리 소방 진화 기술이 발달해도 자연이 타들어 가는 것을 멈출 수 없고, 폭설이나 폭풍도 그들이 멈추고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이처럼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기에 하늘에 맡긴다는 말을 한다.


하늘은 비를 내리기도 하고 바람을 불러 일으 키기도 한다. 강물을 넘치게 하고 세상의 물을 말리기도 한다. 오만한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며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것을 과시하려 하지만 자연의 힘은 무한하다. 자연재해의 대부분이 인간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다. 개발의 목적으로 산을 깎고 강을 막고 자연을 훼손하기 시작하여 생겨나는 자연의 변화이다.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뿌린 씨를 자연재해로 거두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뜨거워진다고 한다. 아직 5월 중순인데 영상 30도가 넘는 지역이 많다. 어느 곳은 40여도 가 된다는 소식도 있으니 걱정이다. 살인적인 더위를 견딜 수 없으니 전기 사용량이 많아지고 전기가 모자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 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백 년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인데 점점 심해지는 자연재해의 해결책은 무엇인지 답이 없다. 하루종일 구름 위를 떠다니다가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는 여전히 빨간색이다. 할 일을 하고야 마는 자연, 시작과 끝을 아는 자연은 위대하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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