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과의 소중한 추억

by Chong Sook Lee



손주들을 등교시키고 아침을 먹는다. 바쁜 아침이 지나간 집은 회오리바람이 지나간 것 같다. 손주들이 빠져나간 침대는 담요가 똬리를 틀고 있고 서랍은 입을 벌리고 활짝 열려있다. 벗어버린 옷가지들이 여기저기 누워있고,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이 뒹굴어 다닌다. 갑자기 조용해진 집안에서 손주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귀에 머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들의 재롱 속에 살다 보니 어느새 하루남은 여정을 시작한다.


엊그제 빨래를 했는데 손주들 빨래가 세탁기로 하나 가득이다. 물 한 방울만 튀겨도 벗고, 음식이 조금 묻어도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다. 금방 입은 옷인데도 더우면 벗고, 조금 추우면 다른 옷을 입는다. 한번 입은 옷은 잘 놓아두었다가 한번 더 입어도 되는데 안 입는다. 세탁기가 없으면 그 많은 빨래를 어떻게 할지 하루에 나오는 빨래 거리가 엄청난 양이다.


세탁기를 발명한 사람이 누구인지 참으로 존경스럽다. 그 옛날 우리 어릴 적 만해도 세탁기는 상상도 못 하였다. 산더미 같은 빨래를 우물가나 냇가에서 엄마들이 했는데 요즘엔 남녀 할 것 없이 누구나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한다. 중학교 1학년때 엄마가 많이 편찮으셨다.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가 오셔서 밥도 해주시고 빨래도 해 주시던 생각이 난다. 겨울인데 이불 홑청을 빠는데 할머니가 힘에 겨워하셔서 어린 내가 거들었던 기억이 난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어른들은 불평 하나 하지 않고 힘든 일을 해 냈다. 손이 닳을 정도로 살아야 했던 그분들이 다시 살아온다면 변한 세상에 너무 놀라서 기절할 것이다. 세탁기와 그릇 세척기를 비롯하여 셀 수 없이 많은 여러 가지 기계를 사용한다. 청소기와 공기 청정기가 있고 옷에 있는 먼지를 털어주고 식물을 기르는 기계나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서 말려주는 기계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제품이 된 지 오래다.


인간이 기계를 사용하기 위한 근본 목적은 힘들이지 않고 시간절약을 위함이다. 걷는 대신 자동차를 이용하고 로봇으로 각종 서비스를 주고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바빠서 시간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다가는 어느 날 밥 먹을 시간도 없다고 할 텐데 걱정이다. 생활이 발전하면 시간이 남아야 하는데 여전히 시간에 쫓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이리저리 오고 가고, 주말은 주말대로 부모들이 아이들 좋아하는 곳에 데리고 다니며 일주일 동안 해주지 못한 것들을 해 주려고 안간힘을 쓴다.


아이들 빨래는 세탁기가 다 해주지만 옷을 접고 서랍에 넣을 때까지 정리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빨래한 것을 잘 접어서 서랍에 넣는 것도 일이 많다. 잘 정리된 옷이 헝클어지고 뒤죽박죽이 되는 것 또한 시간문제다. 입은 옷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무엇이 묻으면 쪼르르 방으로 가서 서랍을 연다. 가지런한 옷 중에 하나를 꺼냈다가 마음에 안 들면 옷을 접지 않고 구겨서 집어넣고 서랍만 닫아 놓기 때문에 서랍 안은 다시 엉망진창이 된다. 그렇다고 일일이 쫓아다니며 잔소리할 수 없어 그냥 놔둔다.


어떻게 아이 셋을 키웠는지 모르겠다. 그때 당시에는 빨래거리가 그리 많지도 않았고 살림도 별로 없었다. 장난감도 요즘처럼 가지 각색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즘 장난감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 배터리를 넣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형시키고 크기만 작을 뿐이지 만든 것을 보면 너무나 고차원적이라서 깜짝 놀란다. 일찍부터 전자제품을 가까이해서인지 나이 어린아이들도 컴퓨터 조작을 서슴지 않고 망설임 없이 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하루 종일 아이들 데리고 다니며 시중들다 보면 피곤해서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진다. 아이들 돌보는 것이 보통이 아니다. 아침부터 밤중까지 깨어있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교에 가는 낮시간이 있어 밀린 일도 하고 청소도 하며 조금 쉴 수 있다. 자식을 낳아 시집 장가보내면 할 일 다 한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틈틈이 손주들 돌봐달라 도움을 요구하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야 한다. 힘이 들어도 힘들다고 할 수 없고 싫어도 내색할 수 없는 게 부모 자식 관계다.


아들 며느리가 없는 동안 손주들을 보는데 손주들이 어지간히 컸어도 매일매일 할 일이 많다. 점심과 간식을 배고프지 않게 싸서 주고 학교에서 필요한 것을 챙겨줘야 한다. 목이 마른 지, 배가 고픈지 틈틈이 물어보고 잠잘 때도 이불을 잘 덮고 자나 잘 봐야 한다. 시대가 달라져서 우리 아이들 어릴 때 와는 여러 가지가 다르다. 손주들과 잘 놀아주고 기분도 맞추어야 한다. 아이들이 부탁을 할 때 돌봐주겠다고는 했는데 날짜가 다가올수록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아흐레 동안의 미션을 잘 마쳤다.


손주들이 집에 가지 말고 더 있으라고 하기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면 서운할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그사이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그나마 아직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어 다행이다. 앞으로 몇 번을 더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에 손주들과 생활하면서 쌓은 소중한 추억은 잊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는 행복한 손주들의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다. 사랑한다. 우리 예쁜 강아지들아.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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