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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비와 해
by
Chong Sook Lee
Jun 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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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이 몰려옵니다
하늘을 전부 덮고
세상이 캄캄합니다
해와 달
을
어디론가로 숨기고
하늘이
숨바꼭질을 하려나 봅니다
나무들은 바람에 춤을 추며
휘청 거립니다
구름이 낮게 내려앉아
호령을 합니다
세상은 어둠에 묻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하늘 눈치만 보고
납작 엎드려 있습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하늘의 위엄이 무서워서
가만히 있습니다
언제 저 많은 구름 군대를
끌어 모았는지 모릅니다
시커먼 구름군대는
잔뜩 화가 나 있습니다
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땅을 내려다보며
으르렁 거립니다
우르르 쾅쾅!
동쪽에서 서쪽으로 공격합니다
요란한 호령을 한 번 더 칩니다
우르르 쾅쾅!
사방천지를 뒤흔들더니
번쩍이는 칼날이 하늘을 자르더니
드디어 하늘 전쟁이 납니다
우르르 쾅쾅!
칼날이 이리 번쩍 저리 번쩍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싸움입니다
천둥과 번개가 멈추고
굵은 빗방울이
마른땅을 적십니다
목마른 산천초목은
온몸 전신을 내 맡기고
환희에 젖어 몸부림칩니다
장대 같은 소나기와
굵은소금 같은 우박이
하얗게 쏟아지며
땅을 치고 통곡합니다
생명수가 오기 위해
그 난리를 쳤나 봅니다
하늘 전쟁이 끝나고
구름이 물러가고
하늘은 다시 해를 내놓습니다
세상이 다시 밝아지고
물먹은 산천은 녹음을 되찾고
무지개와 손을 잡습니다
하늘 전쟁은 막을 내리고
세상은 다시 평화롭습니다
언제 소나기가 다녀갔는지
거리는 다시 뽀얀 얼굴을 하고
파란 하늘을 포옹합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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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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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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