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비가 온다. 목마른 대지가 물을 마셔 촉촉하다. 나무들은 푸르고 꽃들이 서둘러 핀다. 모르는 사이에 봉우리 졌던 작약꽃이 만개하고, 장미꽃도 앞다투며 핀다. 길게 심호흡을 하며 신선한 공기를 힘껏 들이마셔 본다. 가슴이 뻥 뚫린다. 가뭄이 계속되어 산불이 꺼지지 않고 번져서 걱정스러운데 비가 얼마나 올지 궁금하다. 조금이라도 오는 것이 아주 안 오는 것보다는 낫지만 산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다. 벌써 서쪽 하늘이 맑아지는 것을 보니 비가 더 많이 오지는 않을 것 같다. 가뭄 때문에 들판에 풀이 나지 않고 소들은 먹을 게 없다는 뉴스가 뜬다. 누런 풀들마저 다 뜯어먹고 메마른 땅이 보인다. 풀이 없으니 사료를 먹고 사료값이 오르고 인건비가 올라간다. 세상은 돌고 돈다. 재료비가 오르고 물건값이 오르고 인부들은 인건비를 올려달라고 아우성이다. 살기 좋은 세상인지 퇴보하는 세상인지 잘 모르겠다. 나이 든 사람들은 그럭저럭 산다고 하지만 젊은이들이 걱정이다. 물론 우리 때도 희망이 없다고 좌절하던 시간이 있었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앞이 깜깜하다. 인구감소 현상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살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2세는 엄두를 못 내는 것 같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3년 동안 세상을 강타하여 모든 것을 정지시켰고 잇따른 불경기로 경제는 하락하여 일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은 인간의 머리 위에 상주하려고 한다. 안면 인식을 이용하여 순식간에 얼굴을 바꿔 가며 사기를 치고,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은 얼굴만 바꿔서 좋은 사람 역을 한다.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가 되어 간다. 소통을 위해 만든 전화는 사기에 이용되어 전화는 하나의 장식품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기꾼들이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 호시탐탐 노리며 사기를 치는 세상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간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세상을 불신하고 의심하며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자연을 보고 대화하며 아름다움을 느껴야 하는 나이에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고 게임을 한다. 그들에게 스마트폰은 세상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그 안에 모든 것이 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무한정 쏟아져 나오는 쇼에 빠져 스마트폰만 있으면 행복해한다. 한창 밖에서 뛰어놀아야 하는 나이에 전화를 붙들고 기계와 소통한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기계와 살기 시작했는지 기계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자동문에 길들여져 문 앞에서 문을 열 생각을 하지 않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서 있는 경험을 하는 자신을 본다. 문명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생존능력을 상실한다. 얼마 전 비행기 사고로 엄마가 죽고 13살 어린 소녀가 동생 셋을 데리고 밀림에서 살아남은 기적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 나이에 돌도 안된 막냇동생을 돌보며 살아남았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독을 구분하는 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른도 참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며 생존한 그들은 시대의 영웅이다. 기계에 의존하는 삶은 인간의 능력을 저하시킴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연구하며 발전시키는 현실이다. 개발도상국에 사는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 식량난에 허덕이고 나쁜 환경으로 질병에 시달리며 평생을 고통 속에 괴로워하며 산다. 사는 곳에 따라 삶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우리가 가진 물질적인 풍요가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가지고 있는 풍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없어지는 것은 순간이다. 평화로운 마을에 산불이 나서 퍼지며 화마는 있는 대로 집어삼킨다.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타버리는 마을을 망연자실하며 쳐다볼 수밖에 없다. 집을 비롯하여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은 죽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 기다리는 비가 와서 다행이지만 산불을 끄기에는 턱도 없다. 밝아오는 하늘이 원망스럽다. 이왕 올 거면 시원하게 오면 좋으련만 어쩔 수 없다. 세상만사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 계절 따라 비와 구름이 오고 가고, 눈과 바람이 오고 간다. 비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이고 안 와도 걱정이다. 이곳은 산불이 나서 불을 끄느라고 애쓰고, 홍수가 난 곳은 물 때문에 난리다. 걱정 속에 사는 것이 인생이다. 그나마 비가 조금 와서 연기를 잠재워 공기는 맑아졌다. 아직 비가 남아있는 하늘을 바라본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우리네 삶이기에 조용히 좋은 날이 오리라고 기다려본다. 비가 그친 한가로운 오후에 뒤뜰에 앉아 있다. 길 건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 떠드는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며칠 있으면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한동안 운동장이 조용할 텐데 학생들 왁자지껄 하는 소리가 그리워질 것이다. 심심한 까치들이 오고 가며 짖어대는 평화로운 오후에 비를 기다리며 하늘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