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인한 연기가 세상을 덮고 연기 냄새로 기침이 난다. 기다리는 비는 안 오고 폭염경보가 내렸다. 도대체 비는 어디에 있는지 비가 온다는 비소식이 있기는 한데 아직도 오지 않는 비를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과 연기로 뿌연 도시는 우울하다. 목이 칼칼하고 무언가로 꼭꼭 찌르는 것 같아 손이 자꾸 목으로 간다. 공기의 질이 아주 나빠 웬만하면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있으라고 한다. 그래도 손자 생일이라고 아들네 집에 왔는데 집안에만 있을 수 없다. 전철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둘째 아들과 남편 그리고 손주들 4명과 함께 전철을 타러 나갔다. 표를 사고 전철이 오기를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어른은 3불 60센트이고 12살 미만은 공짜다. 30초 있으면 차가 들어온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손주들 손을 잡고 멈춘 전철 앞에 선다. 노란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린다고 쓰여 있어서 눌러보니 문이 사르르 열린다. 전철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손주들이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본다. 캐나다에서는 몇십 년 만에 타보는 전철이다. 아이들 어렸을 때 한두 번 타본 기억이 난다. 전철 안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본다. 집들이 보이는 동네를 지나 터널에 들어가니 전기불이 환하게 켜진다. 터널이 끝나자 세상이 다시 보인다. 차들이 오고 가고 전철이 역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내리고 오르느라 바쁘다. 종점에 도착한 전철은 온길로 다시 돌아간다. 전철 끝칸에 앉아서 갔는데 돌아올 때는 맨 앞칸이 되어 운전기사와 철로가 보인다. 온길을 돌아가니 갈 때 보지 못한 것들이 보여 새로운 길을 가는 것 같아 새롭다. 갈 때는 가느라고 바빠서 보지 못하고 오는 길에 다시 보니 못 보고 지나친 게 많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건성으로 보며 산다. 가까이 있는 삶을 보지 못하고 멀리서 무언가를 찾으며 산다. 행복을 멀리 가서 찾으려고 떠났다가 행복을 못 만나고 빈손으로 돌아온다. 연기 때문에 목이 약간 컬컬 하지만 손주들과 전철을 타고 가는 시간이 좋다. 공기의 질은 안 좋아도 기회는 매일 오지 않는다. 지난번 아들네 집에 와서 손주들을 봐줄 때 타보고 싶었던 전철이다.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손잡이를 붙잡고 여기저기 둘러본다. 손주들 넷이 옹기종기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며 이야기하고 장난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12 살, 10살, 7살, 5살짜리 손주들이 사이좋게 논다. 멀리 살아 사촌들끼리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어쩌다 만나면 엄청 좋아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촌들끼리 오래도록 친하게 지내기를 기원한다. 아이들 노는 것을 바라보며 창밖을 본다. 다운타운에 빌딩이 즐비하다. 하늘높이 서있는 빌딩들이 저마다의 맵기를 자랑하는 듯 멋지게 서서 서로 바라보고 있다. 모양도 다르고 색도 다르고 크기도 다른 빌딩을 바라본다. 도시 속을 누비는 전철을 타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노숙자들도 보이고 간밤에 버려진 휴지와 쓰레기들이 거리에 뒹굴어 다닌다. 선진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아무리 청소를 해도 버리는 사람을 당하지 못하고, 정부가 도움을 주어도 노숙자들은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내려야 하는 정거장이다. 손주들 손을 잡고 내리니 전철은 저 멀리 사라져 간다. 아무도 없는 철로를 건너서 걸어간다. 연기가 조금 걷힌 거리에 자동차들이 오고 간다.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손주들과 함께 전철을 탄 것은 오래도록 기억날 것이다. 멀리 가야만이 여행이 아니다. 오히려 가까운 곳에 있는 전철을 타며 여행 기분을 내는 것도 좋다. 다음에는 좀 더 길은 코스를 타고 가다가 편승도 해 봐야겠다. 한국에서는 흔한 전철이 이곳에서 살다 보니 특별한 것이 되었다.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은 필요에 의한 교통수단이지만 어린 손주들과는 좋은 여행이다. 지루하지 않고 시내를 구경하며 짧지만 특별한 여행의 경험을 손주들과 쌓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