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이 샛노란 유채꽃으로 눈부시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유채꽃이 핀다. 손녀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가는 길에 피어있는 유채꽃이 황홀하다. 참으로 아름답다. 끝없이 펼쳐진 유채꽃으로 눈에는 노란 물이 든다.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르른 들판을 보며 한없이 간다. 일요일인데 연중행사인 스템피드 축제를 향해 가는 차들이 앞서고 뒤서며 나란히 간다. 캐나다에서 가장 으뜸가는 축제 중에 하나로 로데오와 퍼레이드와 콘서트를 하며 사람들의 흥을 돋운다. 카우보이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카우보이 구두를 신고 캐나다 전 지역에서 축제장에 모이는 사람들은 캘거리 인구보다 더 많다고 한다. 온갖 멋스러운 복장을 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의 놀이를 즐기는 행사인데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기다린다. 수많은 음식과 문화와 예술이 함께 어우러져 열흘간의 축제를 통해 사람들은 힐링을 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는 사람들 틈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들과 하나가 되어 같이 즐기게 된다. 거리에는 사람들의 물결이 넘쳐나고 차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코로나로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위로받으며 삶의 희열과 희망으로 지난날들의 힘겨움을 잊는다. 손녀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가는데 축제를 향한 마음으로 기쁨이 배가 된다. 사람들의 복장을 보면 멋있고 신기하다. 앞으로 쭉쭉 뻗은 고속도로를 간다. 아무런 막힘없는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말로 할 수 없이 시원하다. 큰 아들네 집으로 가서 큰 며느리가 차려 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손녀딸 생일 선물을 주고 손주들의 재롱을 본다. 손녀딸이 태어났다는 전화를 받고 한숨에 달려간 것이 어제일 같은데 어느새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너무 작아서 품에 안기도 겁나던 손녀딸이 자라서 9월부터는 유치원에 간다고 좋아한다. 나이 먹는 것이 좋은 때이다. 세월이 가니 너무나 빠른 세월을 따라가기가 숨이 차다. 앞으로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으니 세월 따라간다. 아이들이 손주들 만한 나이였을 때는 무서운 것이 없었는데 지금은 많이 변했다. 피곤하고 힘들면 겁부터 난다. 무엇이든지 악착 같이 최선을 다하며 살았는데 몸도 마음도 변하여 기본적인 것만 하고 산다.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인 줄 알았는데 건강과 마음 편한 게 최고라는 생각으로 바뀐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사람도 건강이 없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라고 하듯이 건강을 지켜야 한다. 손자들이 어리고 아직은 건강이 허락하여 아이들과 여행을 하며 즐긴다. 지난 2월에 하와이 가족여행을 다녀온 뒤로 이번이 벌써 8번째 여행이다. 가족이 커져서 13명이 되니 생일만 해도 1년에 13번이나 된다. 거기다 연휴가 거의 매달 있다 보니 자주 만나게 된다. 가족도 자꾸 만나야 정이 든다. 우리가 주축이 되어 장소를 제공해 주고 넉넉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품어주니 모두들 부담 없이 와서 놀다 간다. 점점 짧아져가는 내 세월이지만 사는 동안 만이라도 자주 만나야 한다. 요즘엔 세월이 좋아져서 집에서 음식장만을 하지 않고 식당으로 간다. 돈은 들어도 식구들이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면 모두가 행복하다. 행복은 돈을 주고 못 사는 것이라고 하지만 돈을 내고 먹는 시간에 행복을 얻는다. 살림하며 직장을 다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어쩌다 만나면 외식이 최고의 선물이다. 힘들게 벌은 돈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면 가치를 다하는 것이다. 가져갈 수도 없는데 아깝다고 움켜쥐고 있으면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아이들이 먹자고 하면 먹고, 가자고 하면 가야 한다. 영원토록 오래오래 살 것도 아니고 점점 쇠약해져 가는 육신인데 하루라도 젊을 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야말로 젊음은 돈주고도 사지 못한다. 젊을 때, 여유가 없어서 하지 못한 것들을 아이들과 함께 한다. 석양이 빨갛게 물들어 가고 하루가 저물듯이 우리의 인생도 저물어 간다.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축제를 기다리고 즐기며 살아가는 것처럼 날마다 나를 찾아온 하루와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 미니 도넛을 먹고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아이들과 손자들의 손을 잡고 스템피드 축제를 하며 출렁대는 거리를 구경한다. 하루만 살 것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는 사람들이 거리를 메운다. 나도 덩달아 그들과 함께 잃어버린 젊음을 되찾아 본다. 하루가 열흘이 되고 백 년이 된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지금껏 달려왔듯이 내일을 향해 걷는다. 사랑을 위하여, 행복을 위하여, 우리 모두 축배를 들자. 손녀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온 식구가 식당으로 향한다. 메뉴를 보고 각자 취향껏 음식을 주문한다. 여러 가지를 주문해서 맛을 보는데 깔끔하고 맛있다. 한쪽 벽에 있는 기다란 식탁에 자리 잡고 손녀딸의 재롱을 보며 식사를 한다. 먹는 즐거움과 마시는 즐거움으로 우리 모두는 하나가 된다. 맛있는 음식을 권하고 맛보며 사랑을 더하는 하루가 간다. 캐나다의 하늘아래 뿌리를 내리고 산지도 오래되었고 식구도 13명이나 되었다. 보이지 않는 손길이 우리를 돌보고 있음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우리 모두를 지켜줄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