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없는... 꽃이 되고 새가 되어 산다

by Chong Sook Lee


지붕 위에서 까치들이 싸운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털을 세우며 난리가 났다. 소리를 지르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습이 무언가 심각한 일이 있나 보다. 인간의 세계나 동물의 세계가 별 다를 것 없는 것 같다. 대화 방식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긴 하지만 사랑하고 싸우며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 먹을 것을 혼자 안 먹고 나눠먹고 먼저 찾은 새의 지시대로 순서대로 질서를 지킨다. 새들과 인간의 처세술은 다르다. 앞뒤를 생각하며 교묘하게 기회를 노리는 인간들과는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생각보다 의리가 있다. 세상에 있는 모든 만물은 자기 보호 본능이 있다. 아주 작은 모기는 피를 빨기 위해 침을 가지고 있어 마지막 순간까지 목적달성을 한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살며시 다가와서 쪽 빠는 순간 죽음을 무릅쓰고 덤벼 든다.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종족 번식을 위한 일념으로 희생을 하는 것이다. 며칠 전에 숲 속에서 모기떼들에게 공격을 당해서 긴 옷을 입고 다닌다. 나도 나름대로 책략을 쓰는데 모기들이 가릴 수 없는 곳을 공격한다. 귓바퀴나 얼굴 부분을 물고 도망가고 머리에서 기회를 노린다. 어찌나 철저한지 모른다. 피 한 방울이라도 더 빨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개미 군대가 행진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외출하려고 뒤뜰에 나와 있는데 우연히 개미 군대가 행진하는 것이 보였다. 너무나 정교하게 행진을 하는지 어디부터 시작인가 궁금해서 가 봤더니 옆집 뜰에서 시작된 행진이었다. 4줄로 나란히 줄을 맞추어 개미들이 앞으로 가는데 입에는 하얀 알을 하나씩 물고 가는 게 보인다. 옆도 뒤도 보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는 개미들의 모습은 어느 군대 행진 못지않 완벽했다. 어디까지 가는지 따라가 보았는데 우리 집 앞뜰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 많은 개미들이 입에 물고 가는 개미의 알이 살아났으면 엄청난 개미가 생겨날 것이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땅속에 개미들이 득실득실할 것을 생각하니 겁이 덜컥 난다. 남편이 스프레이를 뿌렸더니 어느 순간 그 많던 개미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는데 개미들의 행방이 지금도 궁금하다. 인간이 사는 모습도 여러 가지이지만 세상에 있는 생물들의 삶도 여러 가지다. 작은 틈새에서 자라는 풀이 있고 나무에 기생해서 사는 벌레가 있다. 보이지 않는 벌레로 인하여 커다란 나무들이 죽는 것을 보면 무섭다. 사람들이 작다고 무시하는 보이지 않는 병균들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약도 없고 해결책이 없어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어디서 왔는지 정확한 근거지를 알 수 없이 유행하는 전염병으로 수많은 목숨을 잃는다. 몇 년이 지난 지금에야 코로나가 유행성 감기 정도로 생각하게 되었지만 이유도 모르는 채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생각이 난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여 많은 병을 고치고 미연에 방지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다. 산불로 인하여 연기가 꽉 차있다. 잠깐 산책을 하고 들어왔는데 목이 칼칼하다. 세계는 지금 폭염과 폭우에 시달리는데 이곳은 산불이 꺼지지 않아 공기는 최악이다. 한쪽에서는 물폭탄이 내려와 피해가 막심하고 무서운 더위로 고통스러워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스럽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자연이 하는 일이다. 비가 그치기를 바라고, 비가 오기를 바라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지구를 식혀 주기를 바랄 뿐이다. 토네이도가 온다 는 예보를 들어 알고 있어도 어디로 어떻게 올지 정확히 모른다. 집들이 촘촘하게 있는 곳에 토네이도가 그중 한집만 망가뜨리고 지나가기도 하고, 백여 개의 집을 부수고 지나가기도 한다. 자연의 행동을 막을 수 없는 인간은 멍하니 하늘만 본다. 모기 한 마리나 개미 한 마리는 우습지만 떼는 무섭다. 바람이 모이면 강력한 토네이도를 만들고 비 한 방울이 모여 홍수를 만들고 쓰나미를 데려온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세상을 이끌어 가야 하는데 알 수 없는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 인간은 갈팡질팡하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옛날에 비하면 모든 것들이 많이 발전하였지만 날마다 새로운 문제점들이 인간을 시험하고 공격한다. 발로 밟아서 없어질 개미도 아니고 약을 뿌려서 사라질 모기가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인구감소가 시작되고 수명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삶은 미약해져 간다. 없던 것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들은 힘을 잃고 사람들은 방황한다.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연한 하루다. 심심한 까치는 여전히 깍깍대고 참새들도 덩달아 바쁘게 날아다닌다.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그들이 부럽다. 올 때가 되면 피고, 갈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떨어져 흩날리는 꽃이 좋다. 걱정 없는 꽃처럼, 새들처럼 살아가리라.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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