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들이 바람 따라 춤을 춘다. 하늘은 구름 담요를 덮어 태양을 감추어 놓고 모르는 채 한다. 숨 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세상이 조용하다. 오가는 차도 없고 사람도 없다. 심심한 까치가 소나무가지에서 다람쥐와 논다. 동네가 오래되다 보니 오래된 나무들이 많다. 사람보다 나무가 더 많은 동네다. 우리 집만 해도 대충 스무 그루가 넘는 나무가 자란다. 앞뜰에 커다란 전나무와 앉은뱅이 소나무가 있고 밥풀꽃 나무와 자작나무와 소나무가 있다. 그 옆으로 개나리 나무와 라일락 나무가 있고 사과나무 두 그루와 마가목나무가 있다. 옆으로 이름은 모르는데 하얀 꽃이 피며 열매 맺는 나무가 있고 뒷문 옆에는 앵두나무가 있다. 차고와 집 옆으로 앵두나무가 두 그루 더 있고 해마다 맛있는 딸기를 선물하는 딸기나무까지 하면 스무 그루의 나무들이 우리 집을 둘러싸고 살아간다. 이 집에서 산 세월이 올해로 34년이다.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집에서 살아서 그런지 나무 하나, 꽃 하나하나가 소중한 식구가 되었다. 꽃이 피면 예뻐서 들여다 보고, 꽃이 피지 않고 시들시들하면 어디가 아픈가 해서 들여다본다. 몇 년 전에 벌레로 고생하던 장미가 올해는 건강하게 피고 지고 한다. 어디선가에서 이사 온 금잔화는 화려하다 못해 눈부시게 피고 진다. 개나리 나무는 물이 부족했는지 꽃 한 송이 피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며 이파리만 무성하다. 자작나무는 나이가 많아 죽은 가지가 해마다 늘고 앉은뱅이 소나무는 기력을 다해서 누렇게 변해간다. 나무도 나이가 많아지면 갈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집 나이가 내년이면 반백 살이다. 비바람 눈보라를 견디고 살아 온 집을 지키며 살아온 나무들이 하나 둘 늙어간다. 사과나무도 죽은 가지가 많아 남편이 봄에 전지를 해주었는데 사과는 몇 개 없지만 새파란 이파리를 소담하게 품고 있다. 꽃샘추위로 앵두꽃이 얼어서 앵두는 몇 개 달리지 않았지만 건재하다. 내년에는 많이 달릴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날을 생각해 보면 나무도 해 걸이를 하는 것 같다. 올해 얼마 안 달렸으니 내년을 기대해 본다. 가지 하나가 죽은 마가목 나무도 나름대로 열매가 노랗게 익어가고 여름을 잘 견디고 있다. 세월을 이길 장사가 없다는 말이 맞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나무도 한 해가 다르게 늙어가는 모습이 사람과 다름없다. 이 집을 사는 날, 집을 산다고 좋아하던 아이들이 세월 따라 나이 들고 손주들이 그 나이가 되었다. 세월은 그렇게 말없이 가고 나무들도 덩달아 세월을 따라간다. 유난히 가물었던 해에 소나무가 떠날 차비를 하는 것을 불 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 어제도 소나무 옆에 서서 어서 기운내고 일어나야지 하며 가지를 만져주었다. 말 못 하는 나무지만 내 마음을 알아듣고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죽어가는 소나무 옆에 이름 모를 어린 나무 하나가 자라서 다행이다. 갑자기 참새들 수다소리가 들려온다. 아침 일찍 한바탕 수다를 떨고 각자 할 일을 하러 나갔던 참새들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한다. 앞뜰에 있는 밥풀꽃 나무가 그들의 집합 장소다. 하루의 일을 이야기하고 잠을 자는 곳이기도 하다. 가지마다 앉아서 놀기도 하고 쉬기도 한다. 까치와 까마귀와 참새가 놀고 블루제이와 로빈이 놀러 오는 곳이다. 우리 동네는 새들이 집을 지킨다. 까치들이 담 위에 앉아서 깍깍대고 참새들이 돌아다니며 동네 소식을 전한다. 하늘은 여전히 구름으로 가려져 있고 비는 오지 않는다. 어제는 저녁을 먹는데 맑은 하늘에서 굵은 소나기가 햇살을 뚫고 내렸다. 호랑이가 장가를 갔는지 여우가 시집을 왔는지 한동안 쏟아지던 소나기가 멈춘 거리는 언제 비가 왔냐 하고 바짝 말라 버렸다. 비가 천천히 오래도록 내리면 좋은데 무섭게 쏟아져서 급하게 흘러가 버린다. 자연은 자연대로의 고집이 있어서 하고 싶은 대로 한다. 한국은 비가 많이 와서 난리인데 가물은 이곳은 비를 기다리는데 오지 않는다. 가까운 곳에 강처럼 커다란 호수가 있다. 몇 년 전부터 물이 줄기 시작한다 고 걱정한다. 주위에 많았던 나무가 없어지며 생겨나는 문제점이다. 사람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나무와 물과 숲이 공존해야 하는데 한 가지만 생각하며 산다. 나무가 없어지면 호수에 물이 마르고 동물들은 서식지를 옮긴다. 인간의 욕심으로 생겨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늘어나는데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자연의 황폐는 인간조차 살 수 없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 지구를 지키지 못하고 달을 가고 별을 연구하면 되는 줄 안다. 무엇이 답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산불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비가 얼마나 오면 산불이 꺼질지 모르겠다. 비가 오지 말아야 할 곳에는 비가 오고, 와야 할 곳은 오지 않는다. 자연의 신의 자비를 구해본다. 바람 따라 춤을 추는 나뭇잎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리저리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