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뜬... 구름 한 조각이 웃는다

by Chong Sook Lee


새벽에 잠이 깨어 놀다가 다시 잠이 들어서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급할 것 없는 내 삶이다.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가만히 있으면 된다. 평생 이런 시간을 기다려 왔는데 이젠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아무 때나 일어나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 된다. 일거리는 많아도 안 한다. 누가 대신 해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미루며 산다. 내일이 오거나 말거나 신경 안 쓴다. 놀다가 내일이 안 오면 그냥 가면 된다. 미래를 모르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내일은 모른다. 오늘 하고만 놀면 된다. 내일까지 생각하면 머리 아프다. 집안 정리를 해야 하는데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괜히 어설피 건드리면 일만 커진다. 있는 대로 놔두고 고양이 세수만 한다. 정리한다고 옮겨 놓으면 나중에 기억이 안 날 수도 있다. 필요 없고 자주 안 쓰는 것은 상자에 넣어 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쓰지도 않는 물건은 자리만 차지할 뿐 도움이 안 된다. 이것저것 사다 놓은 물건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 사람 사는데 그리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내가 지금껏 한 준비는 준비가 아니고 욕심이다. 직장을 다닐 때는 옷과 신발 그리고 백도 많이 필요한 줄 알고 이것저것 사서 바꿔 가며 쓰고 살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옷이고 신발이고 편한 게 좋다. 거의 집안에서 생활하며 가까운 곳을 다니기 때문에 화려하고 좋은 물건은 안 쓰게 된다. 언젠가는 버려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열심히 사용해야 하는데 차려입고 다닐 곳이 없다. 친구를 만나거나 성당에 갈 때도 편한 차림이 좋다. 유행하는 옷을 산지도 오래되었다. 있는 것 입다 보니 그런대로 괜찮다. 아무거나 입어도 예쁘던 시절은 젊음과 함께 가버렸다. 우아할 수는 없어도 추하지 않게 하고 다니면 된다. 집안 구석구석에 장식품이 없어 좋다. 별것도 아닌데 보물이나 되는 것처럼 애지중지하며 가지고 살았는데 없으니 집안이 깔끔하고 좋다. 예쁜 것, 좋은 것 할 것 없이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은 짐이다. 너저분한 것들이 많은 것보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더 낫다. 지금은 사람들이 집으로 오고 가는 시대가 아니다. 전화조차 잘하지 않는다. 간단하게 문자로 용건만 전하고 식사를 하고 싶으면 식당에서 만나서 한다. 좋은 물건을 진열해 놓고 보여주는 시대는 갔다. 간단하게 살면서 언젠가 내일이 오지 않을 때 준비도, 정리도 필요 없이 떠나면 된다. 말은 쉬워도 아직까지는 싸고 좋은 물건이 보이면 사게 되지만 어느 날 그것도 하지 않을 날이 올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바뀐다. 오늘은 오늘의 생각으로 행동하고 내일은 내일의 삶을 산다. 급하게 살며 잃어버린 것들이 있듯이 천천히 살면 얻는 것도 생긴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뛰어다닌 사람이나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 쓰고 느긋하게 살아온 사람이나 별차이 없다. 경쟁한다고 이길 것 같아도 결과는 거기서 거기다. 남보다 잘 나가는 사람이나 평생을 거북이걸음으로 따라가기만 한 사람이나 종착역에서 만난다. 이긴 줄 알고 허리를 펴고 앞을 보니 앞서간 사람들의 행렬이 보인다. 앞선 것 같아 뒤를 보니 따라오는 행렬이 길다. 인생은 앞서고 뒤서며 동행하는 것이다. 먼저도, 나중도 없이 나름대로의 시간을 가는 것이다. 이긴 들 뭐 하고, 진들 어쩔 것인가? 나의 길을 가면 된다. 준비를 잘해도 할 일은 남아 있고 정리를 잘해도 흔적은 남는다. 인생을 어차피 완벽하지 않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연속이다. 비를 기다리고 비가 멈추기를 기다린다.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고 바람이 불기를 기다린다.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리며 세월을 보내지만 이루어진 것은 없다. 오늘 내게 온 것이 내 것이다. 오늘을 있게 한 모든 것들이 내 인연이다. 그리움도, 낭만도 모두 허상이고 꿈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밤새 바쁘게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들은 꿈을 깨면 아무것도 아니다. 애타게 기다리고 찾는 모든 것들이 꿈과 함께 사라져 버린다. 인생도 그와 같다. 오늘은 어제의 꿈이고 내일은 오늘의 꿈이다. 인간이기에 바라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욕심이 적을수록 실망도 적다. 복권 당첨액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복권을 산다. 여러 사람이 십시일반 해서 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복권이 되면 무엇을 하고, 어디를 가고 하는 막연함 꿈을 꾸며 하룻밤 자고 나면 안 된 복권은 휴지통으로 들어간다. 돈을 휴지통에 넣는 사람은 세상에 없는데 복권집 휴지통에는 안된 복권이 넘친다. 사람들이 헛된 꿈을 꾼 대가이다. 사람은 한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는 말도 틀린 말이다. 매번 속으면서 또 사고 또 버리기를 반복한다. 오늘은 그냥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 한 조각이 빙그레 웃는다.


(photo by Joseph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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