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스러운 모기 때문에 온몸을 감싸고 다닌다. 모기에게 물리는 것보다 더운 게 차라리 낫다. 소리 없이 다가와서 물고 가면 그것부터 고통의 시작이다. 가려워서 긁는 게 전부가 아니고 긁으면 긁을수록 더 가렵다. 긁다 보면 빨갛게 부어오르고 안에는 딱딱한 덩어리가 생긴다. 모기가 살기 위해 내 피를 빨아먹고 나는 살기 위해 긴 옷을 입고 다니는데 모기는 맨살을 찾아내어 문다.
어제는 옷을 입고 양말까지 신고 뒤뜰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는데 발이 따끔거려서 보니 모기가 양말 위로 내 발을 물고 있었다. 기가 막혀서 모기 한 마리를 죽이고 가만히 있는데 손가락이 이상 해서 보니까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낀 반지 옆으로 숨어서 손가락을 물고 있었다. 그야말로 모기와의 전쟁이다. 모기가 한 번만 더 물으면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양말목에 모기가 앉는 것이 보여 그 자리에서 모기를 죽였는데 이미 모기가 물은 뒤인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새벽에 자고 있는데 발목이 가려워서 무심코 몇 번 긁었는데 시원하기는커녕 너무 아파서 보니까 빨갛게 통통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급한 김에 알로베라로 진정을 시켰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 염증이 생길까 봐 겁이 난다. 어른인 나도 모기한테 물리면 이렇게 괴로운데 어린 손자가 모기에 물려 고생하던 것이 생각이 난다.
모기가 많던 몇 년 전 여름이었다. 4살짜리 손자가 밖에서 놀다가 들어왔는데 다리가 뚱뚱 부어오른 게 보여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니 모기한테 물렸다며 가렵다고 마구 긁는다. 긁으면 성나니까 알로베라를 발라 주었는데도 무섭게 부풀어 오르던 적이 있었다. 결국 병원에 가서 모기 알레르기라는 진단을 받고 알레르기 약을 먹고 가라앉혔다.
사람의 체질이 나이와 환경에 따라 변한다. 옛날에는 모기가 가까이 왔다가 슬그머니 가버렸는데 어찌 된 영문 인지 올해는 멀리 있는 모기도 쫓아와 문다. 어제는 남편과 산책을 하는데 긴 옷을 입어서 나에게는 별로 오지 않고 짧은 옷을 입은 남편에게 떼로 덤벼 들어 신경이 쓰였다. 모기도 한철이라 악착같이 먹고살아야 할 것이다.
어느새 나무들이 색이 변하고 있는 것이 간혹 보인다. 알게 모르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는 것이다. 모기가 살아갈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더욱 극성을 부리는 것 같다. 어쨌든 모기와의 전쟁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만큼 세월이 가는 것이다. 날이 추워지면 가을이 오고 모기는 내년을 기약하고 떠날 것이 다. 여름 내내 헌혈을 했으니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모기는 계속해서 덤벼 든다.
모기 퇴치하는 약도 있고 스프레이 도 있지만 웬만하면 그런 화학물질을 안 쓰고 싶은데 모르겠다. 사람들과 바비큐를 하기 위해 공원으로 가야 하면 어쩔 수 없이 뿌리고 가는데 아직은 계획이 없으니 모기와 대항하며 눈치껏 싸워야겠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면 모기는 어딘가로 몸을 숨긴다. 날이 계속해서 덥고 습하여 불어나는 모기들이 시원하게 부는 바람으로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으면 좋겠다.
작년 이맘때, 공원에 친구들과 바비큐를 하고 와서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에 얼굴을 보니 오른쪽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무엇에 물린 것인지 가렵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은데 이유 없이 부어 있는 눈이 너무 흉해서 가정의를 보러 갔다. 의사가 진료를 하고 나더니 당장에 응급실로 가라 고 편지를 써 주어서 병원으로 갔다.
응급실에는 50여 명이 넘는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은 접수실로 가서 의사가 준 편지를 전해 주고 의자에 앉았다. 한심한 생각에 이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기다려야 하나 걱정하고 있는데 5분도 채 안 되어 내 이름을 호명하는 게 아닌가? 얼떨결에 간호사를 따라 병실로 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스트록이 온 것 같다 는 소견서를 써 준 것을 알게 되었다.
피검사를 하고 뇌 시티 스캔을 하고 코로나 검사를 하고 여러 가지를 물어보는 과정을 거치며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는 무언가에 물려서 염증이 생겨서 그렇다고 항생제를 처방해 주었다. 모기에 물렸는지도 모르는데 눈꺼풀이 아래로 내려앉아 눈동자를 가려서 의사가 혼동을 한 것 같다. 그 후 항생제를 먹고 눈은 나았는데 그 뒤로 모기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어쨌든 여름동안 잘 견디다 보면 별일 없을 것이고 모기와의 전쟁은 머지않아 끝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