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찾은 오늘

by Chong Sook Lee



강물이 힘차게 흐른다. 엊그제 비가 와서 인지 유난히 빨리 흘러간다. 푸르른 자연이 더없이 아름다운 청춘의 모습이다. 들꽃들이 피고 지고 열매들은 빨갛게 익어간다. 강가로 내려가서 흘러가는 물을 바라본다. 저 강물은 어디서부터 흘러 오고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흐르는 물을 보면 머나먼 캐나다까지 이민 와서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닮았다. 여기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지만 세월이 가면 어디로 갈지 모른다.


오랜만에 강가에 와서 흐르는 물을 보며 물에 있는 자갈을 살며시 만져본다. 신을 벗고 양말을 벗고 자갈 위를 걸어보고 싶은데 아무런 준비 없이 와서 눈으로만 본다. 강가에 학생 몇 명이 물장난을 하고 놀고, 다리 위에는 아무도 걸어가지 않는 아주 조용한 아침이다. 오리들이 노는 강가인데 오늘은 물살이 빨라서 인지 오리들은 보이지 않고 눈부신 햇살이 은빛강물을 만든다. 어쩌다 떠내려오는 나무조각도 강물을 따라 빠르게 내려간다. 이대로 물을 따라가면 어디로 갈까? 막연한 생각을 해본다.


강물은 침묵하지만 여러 가지 사건이 생기는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사고로 익사하고, 겨울에 얼음이 녹은 줄 모르고 걷다가 빠져 사고가 나기도 한다. 항상 조심하고 법을 지켜야 하는데 어기면 사고가 난다. 나는 괜찮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이 사고를 만든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다가 개가 강물로 뛰면 개를 잡으려고 쫓아가며 빠지기도 하고 얇은 얼음을 잘못 밟아 빠지기도 한다. 사고란 갑자기 일어나기 때문이지만 조금만 조심하면 미연에 방지할 수 도 있다.


강가를 지나서 다리 위에서 흘러가는 강물을 내려다본다. 길을 따라서 흐르는 강물을 보면 자연의 신비함을 본다. 들어가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 다시 나와서 길을 따라간다. 가다가 나무조각도 만나고 지푸라기도 만나 함께 동행하다 헤어지기도 한다. 물에도 인생처럼 만남이 있고 동행이 있고 이별이 있다. 강가에 노란색 들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다. 하루종일 흐르는 강물을 쳐다보고 있어도 싫증이 안 날 것 같다.


다리를 건너 공원으로 들어가 본다. 아이들 여러 명이 플라잉 디스크 골프를 하기 위해 몰려온다. 플라잉 디스크 골프는 디스크를 던져서 커다란 바구니에 집어넣는 것인데 남녀 노소 할 것 없이 여름 스포츠로 각광받는다. 주말에는 공원입구에 있는 빌딩을 열어놓고 플라잉 디스크 골프 토너먼트를 하고 디스크 판매도 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것에 놀랐다. 언제 시간이 되면 한번 해보고 싶은 스포츠다.


사람들 노는 것을 보고 돌아서 가는 길에 강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강 쪽으로 향한 계곡을 본다. 아주 가파르다. 자칫 잘못하면 강가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창조주의 정원에 여러 가지 들꽃들이 피고 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다리를 건너면 강변으로 이어진 길이 나온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강가에서 자라는 나무들과 이야기하며 걸어본다. 참으로 평화롭다. 시내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행운이다.


새들은 저마다 오고 간다. 세상 만물이 저마다 할 일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많은 세월 바쁘게 정신없이 살았으니 이제는 천천히 산다. 무엇에 구속되지 않아 좋다. 누가 뭐라고 간섭하지 않고 꼭 해야 할 일도 없다. 무료할 수도 있겠지만 이대로도 좋다. 심심하면 심심한대로 천천히 쉬어가며 살면 된다. 이렇게 한두 시간 놀다가 집에 가면 된다. 산책길을 걷다 보니 지난번 온 비에 많은 나무 가지들이 떨어져 누워 있다. 바람이 많이 불던 날 못 견디고 떨어졌나 보다.


산책길을 걸으면 여러 가지가 눈에 보인다. 빨갛고 노란 이름 모를 열매들이 익어가고 있다. 참 예쁘고 먹어보고 싶다. 추운 겨울에 새들이 먹는 열매인데 사람이 못 먹을 이유도 없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발 한발 걷다 보니 아까 주차장에 세워 둔 차가 보인다. 숨 한번 쉴 때마다 시간이 가고, 한걸음 걸을 때마다 세월이 간다. 벌써 한 시간 반을 넘게 걸었다. 오랜만에 찾은 강가 산책을 하며 내게 온 하루와 잘 놀았다.


오늘이라는 하루가 내게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할 하루인데 나를 찾아와 주어 너무 고맙다. 생각해 보면 고맙지 않은 것이 없다. 걸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어 고맙고, 나와 함께 동행하는 남편이 있어 고맙다. 강변에서 갈매기 한쌍이 앞서고 뒤서며 사이좋게 날아간다.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은 기쁨이다. 서로 사랑하고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름답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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