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은 겨우 네 개인데
계절 안에 있는
계절의 모습은
천차만별입니다
꽃피고
새가 노래하는
봄인 줄 알았는데
봄 속에
수많은 봄이 있습니다
꽃샘바람에
웅크리고
피는 꽃들이 있고
무서운 바람에
피지 못하고
얼어 죽는 꽃이 있습니다
그나마 피었다가
마저 피지 못하고
오므리며
생을 마감하는
꽃도 보입니다
봄은 봄인데
봄 같지 않은 채
추위에 떨다가
여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가야 하는 봄도
더러는 많습니다
여름이
그냥 온 것 같아도
온갖 고통을 견디며
오늘의 여름이 되어
온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만들어
영글어 가기 위해
밤잠 설치며
다독이고
어루만지며
사랑을 쏟아 붑니다
녹음이 우거진
세상은
피우지 못하고
떠나 버린 봄대신
꽃을 피우고
풀도 키우며
어느새 가을을 준비합니다
예쁘게 물든
가을에
지나간 여름의
아름다운 사랑을
기억하며
못다 이룬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가을에
하늘은 파랗게
물들어 갑니다
이제는 떠나야 하는
마지막 계절
겨울을 맞이하며
깊은 땅속으로
또 다른 인연을
만나러 갑니다
눈 내린
땅속 깊은 곳에서
뿌리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아름다운 봄을
이야기합니다
지난날들의
추억을 기억하며
새로운 봄을 만듭니다
계절 안에서
새로 태어나는
계절을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