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당일치기 여행

by Chong Sook Lee



모두들 자고 있는 일요일 아침에 까마귀가 동네를 깨운다. 일요일 하루라도 늦잠을 자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리가 없다. 일주일 동안 엿새를 일하고 일요일 하루는 쉬던 날들이 생각난다. 노는 날이니까 푹 쉬고 싶은 마음과 하루 노는데 그냥 허무하게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갈등했다. 늦잠 자고 편히 쉬다 보면 하루가 그냥 가는데 피곤하지만 어디라도 가서 바람을 쐬고 오면 새로운 원동력이 생겨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피곤할 것 생각하면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몸은 편한데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매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 식당을 열면 오후에 식당문을 닫고서야 간신히 휴식을 취한다. 그나마도 다음날 재료 준비로 장을 봐야 하면 시간이 짧아지고 급하게 장을 보고 와서 저녁을 해 먹고 나면 하루가 지나가던 시절이다. 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 모르게 세월이 가고 앞뒤 생각할 겨를 없이 하루하루 살았다. 그러니 노는 일요일을 그냥 보내는 것이 아쉬워 당일치기로 남편과 함께 장거리 여행도 마다하지 않고 다녔다.


일요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서 우리 집에서 4시간 걸리는 록키 마운틴에 힌턴과 제스퍼 중간에 있는 '미엣 야외 온천'에 자주 갔다. 가다 보면 피곤해서 쉼터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잔다. 15분, 30분이 후딱 지나가지만 자고 나면 피곤도 풀리고 기분이 상쾌해서 여기저기 구경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간다. 드넓은 들판에 여름에는 노란색 유채가 피어 있고 가을이면 곱게 물든 단풍잎을 보며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로 도로가 바쁘던 것이 생각난다.


그중에는 우리처럼 없는 시간을 내어 당일치기 여행을 가는 사람도 있고 긴 여행을 가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여행이란 집을 떠나 어딘가로 가는 것인데 가다 보면 사슴도 만나고 곰도 만난다. 철철이 피고 지는 들꽃을 보고 철마다 옷을 바꿔 입고 맵시를 보여주는 록키산의 매력에 푹 빠진다. 피곤한 마음은 사라지고 산속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온천에 도착한다. 온천은 산과 산 사이에 위치하여 산으로 둘러 쌓여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문을 여는데 야외 온천이기 때문에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는다. 한 번은 여름에 갔는데 비가 오고 천둥 번개가 쳐서 대피를 해야 했고, 또 한 번은 한 여름에 때아닌 눈이 와서 눈을 맞으며 온천을 했다. 산이 깊어서 날씨 변화가 심하여 여러 가지 일을 겪는다. 갈 때마다 계절에 따라 여러 동물들이 산책을 나오면 지나가는 사람들은 차를 세우고 동물을 구경한다. 사슴은 자주 보고 산양이나 무스도 큰 구경거리다.


친구들이 곰을 보았다고 자랑을 해서 곰을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어느 해 봄에 우연히 곰을 만난 적이 있다. 앞에 가던 차들이 가지 않아서 무슨 일인가 하고 창문을 내려보았다. 가만히 보니 엄마곰이 아기곰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던 중인데 아기곰이 우리 차 바로 앞에서 재롱을 부리고 엄마곰은 우리 차 바로 옆에서 아기곰을 지켜보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위험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카메라를 꺼내서 엄마곰 사진을 찍고 아기곰도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엄청 위험한 상황이었다.


불과 1미터도 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곰이 덤벼들면 꼼짝없이 당하는데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곰을 보고 싶던 차에 어찌나 반갑고 좋았는지 흥분이 되어 그날 밤에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바로 앞에 서 있던 곰이 눈에 보였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한가한 일요일 아침에는 급하게 당일치기로 여행을 다녀오던 때가 생각난다. 여행은 피곤하기도 하지만 에너지를 선물로 준다. 시간 없고 피곤하면 집에 있는 것도 좋지만 없는 시간을 내서 어딘가 떠나보는 것도 삶의 재미다.


이제는 매일매일 노는 게 일인 나는 아무 때나 떠날 수 있는데 지금은 가까운 곳에 가는 재미에 산다. 차 타고 10분, 15분만 가면 숲이 있고 강이 있다. 계획을 세우지 않고 아무 때나 오고 갈 수 있어 좋다. 비가 오면 집에 돌아올 수 있고 피곤하면 중간에 돌아올 수 있어 좋다. 곰은 없지만 사슴도 있고 토끼도 있고 온갖 새들이 나를 반긴다. 간혹 늑대를 만나지만 방울소리를 내면 가까이 오지 않는다.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를 반기는 가까운 곳이 있어 좋다. 오랜만에 추억에 잠겨 본 일요일 아침이다. 시간 없을 때 남편과 내가 유일하게 당일치기로 다니던 곳이라 더 생각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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