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하늘이다. 산불로 인한 연기 때문이다. 수만여 명이 불을 피해 대피를 한 곳은 잿더미만 남았다. 대형산불이 나는 큰 이유는 기후변화에서 온다고 한다. 예전 같지 않게 폭염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한꺼번에 폭우가 쏟아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막을 수가 없다. 묻지 마 폭행이 유행해서 두려웠는데 묻지 마 살인이 유행의 급물결을 탄다. 너무 덥고 불쾌지수가 높아서 사람들이 잔인해지고 악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는 성선설이 태어날 때부터 악하다는 성악설로 바뀌는 것 같다.
무엇이 맞는 말인지 모르지만 세상이 변해간다.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마음의 자세는 사라져 가고 있다. 남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옛날이야기가 되고, 내가 살기 위해서는 타인은 걸림돌이라는 생각이 짙어간다. 문명이 발달하여 부족한 것 없이 화려하고 편한데 사람들은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산다. 범죄 사회에서 신뢰는 없어지고 의심과 두려움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게 된다.
범죄도 하루가 다르게 변형되어 종횡무진 갈피를 잡지 못한다. 무엇이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삶은 절망의 삶이지만 지구 어딘가에서는 희망의 손길이 있다. 자연재해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손길이 이어진다. 산불 때문에 다른 주로 대피하는 사람들을 위해 집과 음식을 나누며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앞을 다투며 돕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서로 돕고 의지하고 위로하며 이끌고 함께 갈 때 진정한 삶의 의미가 있다. 때로는 나쁜 일이나 괴로운 일로 아프지만 추운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봄이 오는 것처럼 시련은 끝이 나고 모든 것들은 지나간다. 사회가 변하고 인심이 예전 같지 않아도 인간의 착한 심성은 어디 가지 않는다. 커다란 백지에 찍힌 작은 점에 불과한 것에 너무 과민하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좋은 일이 나쁜 일보다 더 많고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세상이다.
세상은 선과 악이 균형을 이루어 굴러가는 것이다. 좋은 것이라고 다 좋지 않고 나쁜 것에도 배울 것이 있다. 고통 속에 기쁨을 찾고 슬픔 속에도 행복은 존재한다. 봄이라고 다 좋지 않고 겨울이라고 다 나쁘지 않다. 겨울이 있어야 봄을 기다리고 봄에도 시샘추위가 있어 겨울을 잊으면 안 된다. 가을의 풍요로 감사하고 위로받으며 다시 살아가게 된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이 있고 가진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 물질적인 풍요가 정신적인 빈곤을 가져오는 세상이지만 마음의 평화를 위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지나친 물질로 쓰레기 세상이 되어간다. 만들지 말아야 할 물건들과 필요 없는 물건들이 넘쳐난다. 더 좋은 물건을 만들어 편리해서 좋은데 고장이 나지 않은 물건도 그냥 버리게 된다. 멀쩡한 물건이 쓰레기통에 버젓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보면 황당하지만 해결책은 없다. 부족한 게 없으니 저축을 모르고 아끼는 것도 모른다. 필요하면 생각 없이 사고 당장에 필요 없으면 버리며 산다. 시대에 따라 생각이 다르기에 혼자 살기를 지향하고 누구의 간섭이나 책임을 허용하지 않는 삶을 산다.
참거나 견디지 않고 즉흥적으로 사는 것이 습관이 되어간다. 기다리고 배려하는 마음을 상실한 채 이기적인 삶을 살고 벽을 쌓고 가까운 사람들끼리도 약속을 해야만 만날 수 있는 세상이다. 개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루지만 개인이 단체보다 우월한 세상에 산다. 내가 있고 나를 존중하며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라고 배운다. 앞으로 오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될지 궁금하다. 부모님과 대화를 하면 좋으면서도 때로 답답하던 생각이 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 같다. 매사를 신경을 쓰며 걱정을 하며 사는 나와는 달리 아이들은 걱정 없이 즉흥적으로 사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그 나이 때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을 보면 필요 없는 것들인데 산 이유를 모르겠다. 몇 번 쓰지도 않고 그냥 자리만 차지하는 것을 본다. 그때 내가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일이 참 많다. 아이들도 내 나이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대신에 젊은 영혼은 거침이 없다. 많이 사랑하고 많이 웃고 욕심부리며 사는 그들이 있어 세상은 돌아간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젊은 이들에게 배울 게 너무 많다. 그들이 생각 없이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들 나름대로의 인생관이 있음을 배운다. 꿈도 많고 지혜롭게 인생을 사는 모습이 좋다. 하고 싶은 것 하며 가고 싶은 곳 가고 사는 그들은 우리의 미래다. 나이가 많으면 더 많이 알고 더 지혜롭게 되는 줄 알았는데 더 옹졸해지고 소극적으로 되어간다. 갑자기 변한 세상에 나름대로 적응하며 살지만 인지능력은 알게 모르게 떨어진다. 세상이 너무 빨리 발전하는 게 두렵기도 하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을 정지시킬 수 없는 것을 안다. 대신 젊은이들이 세상을 받아들이고 이끌어 가기에 희망이 있다. 세대가 바뀌고 변해 가는 것은 자연의 아름다운 순환이다. 많이 알고 많이 배워도 어떤 순간이 되면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젊은이들은 모든 것들을 빨리 배우고 실천하며 삶을 즐긴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에게 배우고 손자들에게 배우며 산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