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앞으로 간다. 잡을 수도 없고 따라갈 수도 없다. 가면 가는 대로 보내야 하고 오면 왔구나 하면 된다. 하루가 어떻게 왔다 갔는지 며칠을 지냈다. 살면서 병마가 찾아오고 사업이 실패하고 이별이 온다. 좋을 때는 모르다가 힘들 때는 돌아보게 된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잘한다고 생각하고 한 행동이 결과가 좋지 않다면 무언가 잘못을 한 것인데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건강에 신경 쓰며 좋은 것을 찾아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산다. 주위에 보면 생전 아프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던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로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잘 나가던 사업이 비틀거리고, 좋았던 사이가 삐그덕 거리며 남이 되는 세상이다. 시작과 끝이 같을 수 없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좋으면 싫을 때가 있고 건강하면 아플 때가 있다. 잘되면 안 될 때가 있고 기쁘면 슬플 때도 있다. 원하는 대로 된다면 싸움도 없고 죽음도 실패도 없을 것이다. 인간의 한평생은 높고 낮은 고개를 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높은 곳을 향해 가다 보면 햇살을 안고 가기도 하고, 비 오고 바람 부는 궂은날과 함께 걸어야 한다. 고개를 넘어가면 좋은 날이 기다리는 것 같아 숨을 헐떡이며 땀을 흘리며 열심히 간다. 막상 언덕 너머에 가보면 진창과 눈보라를 마주치기도 한다. 실망과 절망을 거듭하며 가다 보면 좋은 날이 있겠지 하고 걸어간다. 평지가 나타나고 들판에는 아름다운 꽃이 황홀하게 피어 하늘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지난날들의 고통은 잊어버리고 꽃 향기에 취하며 걸어간다. 영원히 피어 있을 것 같은 꽃들은 어느새 시들어 하나둘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보인다. 꽃놀이에 취해 비가 오는 줄도 모른 채 걸어온 날들을 뒤돌아본다. 앞을 보니 더 높고 험한 산이 가로막고 서있다. 저 산만 넘으면 행복을 만나리라 생각하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산꼭대기를 향해 걷는다. 몸은 지치고 목은 마르고 쉬고 싶어 누워 하늘을 본다. 땅만 쳐다보고 걸어오느라 그토록 아름다운 하늘을 보지 못한 자신을 본다. 오색 찬란한 별들이 모여 있는 밤하늘을 보며 다시 일어날 희망을 만난다. 이 밤이 지나고 태양이 뜨면 산 꼭대기에 다다를 생각에 한시가 급하다. 눈부신 태양을 등에 업고 한참을 걸어가니 산꼭대기에 다다른다. 세상이 모두 내 눈앞에 펼쳐있다.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했는데 옆을 보니 낭떠러지가 있고 아래에 푸르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황홀한 바다를 향해 돌고 돌아 바다에 도착한다. 그토록 아름답게 보이던 바다에 무서운 파도가 밀려오고 찬바람이 불어오는데 다시 육지로 발길을 돌린다. 쉬지 않고 가다 보면 푸른 들판이 보이리라 생각하며 걷는다. 고개를 넘고 강을 건너 산을 넘고 평야로 돌아가기 위해 쉬지 않고 앞으로 간다. 행복을 찾아서 간다. 어느 날 두 손 활짝 펴고 하늘을 보고 누워 쉬고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앞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