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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 함께 걷는 길
by
Chong Sook Lee
Oct 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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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들이
아침부터 수다를 시작한다.
무슨 일이 있길래 저리도
할 말이 많은지 모른다.
새벽에 일어나서 어딘가에 가서
배가 부르도록 먹어서인지
밥풀꽃 나무 가지마다 앉아 있다.
어디 가면 먹을 게 많으니까
내일은 그곳으로 가자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 같더니
수다소리가 점점 줄어든다.
이제 잠시 쉬는 시간인지
하나둘씩 잠을 자고 잠꼬대를 한다.
밤새 바람이 불어
비라도 오나 했는데
비는 오지 않고 바람만 분다.
바람은 어디서 오는지 모른다.
바람이 불면 떨어진 낙엽들이
웅크린 채로 거리를 방황하며
머물 곳을 찾는다.
바람은 낙엽들을 어디론가
데려다 놓고 가버린다.
다시 오지 않을 듯
시치미 떼고 가버린 바람은
소리도 없이 아무 때나 찾아온다.
어제 그나마 몇 개 남아있던
나뭇잎은 바람이 다 떨어뜨려
빈나무가 되었다.
죽은 가지를 잘라
왜소해진 모습이 되었는데
나뭇잎까지 다 떨어지니
보기도 민망스럽게 초췌하다.
날은 다행히 청명한데
가을이 떠나는 동네는 휑하다.
그나마 별로 없는 아이들이
날이 추워서인지 보이지 않는다.
모자를 쓰고 걷는데
귀가 시려 재킷에 붙어있는
모자를 위에 쓰고 걷는다.
이런 날은 집에 가만히 있고 싶은데
벌써부터 게으름 피우면
정작 겨울에는 꼼짝 못 할 것 같아
가까운 동네라도 걷는다.
하루 사이에 동네가 썰렁하게 변했다.
성질 급한 겨울이 아무 때나
눈을 뿌리며 다가올 것 같이 춥다.
웅크린 어깨를 펴고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고
씩씩하게 걸어본다.
조금 춥다고 엄살을 부린
나에게 미안하다.
아직 가을이 채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춥다는 소리를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른다.
'가을아, 갈 테면 가고
겨울은 올 테면 아무 때나 와라!' 하며
앞으로
열심히 걸어간다.
구름뒤에 숨어있던 햇살이
얼굴을 내밀며
내 등에 곱게 내려앉아 쉰다.
따스한 햇살이 함께 걷는다.
어깨와 등을 감싸주니
포근하고 따스하다.
너무 더워서 해를 피해
음지를 찾아다니던 여름인데
양지를 찾아다니는 계절이다.
삶이란 이렇듯
양지와 음지가
숨바꼭질을 하는 것이다
따스한 햇살이
정겹게 포옹하는 계절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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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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