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대로... 바람과 산다

by Chong Sook Lee


바람이 분다
어디서 온 바람인지
어디로 가는 길인지
뱅글뱅글 돌며
동네를 돌아다니고
낙엽 덩달아 들썩이며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
차라리 추운 겨울이 오면
눈이라도 올 텐데
바람만 불어오는 거리는
황량하고 삭막하다
해는 짧아지고
밤은 길어지는데
할 일은 없고
해야 할 일은 태산이다
바람은
인간의 마음을
추억의 마을로
데리고 간다
어제가 된 날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생각은 멀리 여행을 떠난다
기다리던 내일은
오늘이 되었다가
어제가 된 지 오래되어
기억이 희미하지만
가야 할 곳을 알기에
바람에 흩어진
낙엽처럼
어딘가를 향해 간다
멀리 보이지 않는 곳은
마음의 고향이 되고
그들의 생활은
그림의 떡이 된다
갈 수 없는 것이 아니고
가지 않으며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하지 않는 삶
체념 속에
익어가는 삶은
바람이나 따라간다
바람은
희망이고 바람이고
꿈이고 그리움인 것을
이제야 안다
바람이 돌고 돌아
오고 가며
기쁨도 가져다주고
슬픔도 가지고 간다
어제의 바람은
어제가 가져가고
오늘의 바람은
내일이 가져오는데
지금 나와 함께하는
바람은 무슨 색일까
파란색일까
노란색일까

어떤 색의 바람이

불어올지 몰라도

바람과 산다

무심한 낙엽은

바람 따라 춤을 춘다


( 이미지출처: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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