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해... 오는 해

by Chong Sook Lee


가는 해가 서러운지

세상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다.

지나가는 차도,

걸어 다니는 사람도 없는 동네에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간혹 들리고

집안에 있는 시계소리가

적막을 깨뜨린다.

갑자기 밖에 서 있던

커다란 트럭에서

요란한 소리가 난다.

누군가가 자동으로

시동을 걸었는지

차 안에는 아무도 없다.

기계가 사람의 일을 다 해주는데

사람들은 바쁘다고 한다.

몸으로 할 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도 없다.

걸어서 다니고

손으로 빨래를 해 입던 시대보다

더 바쁜 것 같다.

컴퓨터가 계산을 해주고

계획을 짜주고

물어보면 답해주고

번역부터 통역까지 다 해주는데

인간이 할 일은 아직도 태산이다.

어느새 연말이다.

그냥 넘어가면 서운한가 보다.

한해를 잘 살았으니

송년회를 하느라 바쁘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사느라 바빠

만나지 못한 사람을 만난다.

만나서 회포를 풀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행사인데

늘 새롭게 보내며 맞는다.

지난 한 해 동안의

기쁜 일과 슬픈 일들이

새록새록 꽃이 되어

추억으로 피어난다.

가는 해는 미련 없이 보내고

오는 해는 반갑게 맞는다.


(그림: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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